KBS·MBC 사장 "제도 개선, 공적 지원, 재원 현실화" 호소

두 공영방송 사장, 함께 방송학회 연사로
넷플릭스·유튜브 등과 불공정 경쟁하는 현실 토로

김고은 기자 | 2020.06.23 23:12:55

KBS, MBC 두 공영방송사 사장이 ‘제도 개선과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해외 미디어 기업들은 ‘규제 무풍지대’에서 승승장구하는데, 공영방송은 낡은 규제 체계와 척박한 지원 속에서 ‘불공정 경쟁’을 하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공영방송으로서 공적책무를 다할 테니 합당한 지원을 해달라는 것인데, 마침 정부에서도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을 추진 중이어서 관련 논의 전개에 이목이 쏠린다.



양승동 KBS 사장과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19일 부산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 학술대회에 연사로 나란히 참석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KBS와 MBC 후원으로 마련된 특별세션의 주제는 각각 ‘방송산업 내 재원구조’와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의 개선 방향’으로 ‘공적 재원’이 공통된 키워드였다. 2018년 봄에도 양승동 사장과 최승호 당시 MBC 사장이 방송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공영방송의 혁신’과 ‘지배구조 개선’에 관해 대담을 나눴는데, 2년 사이 달라진 미디어 환경이 두 공영방송의 화두를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변화시킨 셈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레거시 미디어 전체가 위기라지만, 그중에서도 지상파 방송사, 특히 공영방송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3일 발표한 ‘2019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보면 전체 방송사업매출은 2018년 대비 2.1%인 3663억원이 증가했는데, 지상파는 2797억원이 줄었다. 매체별 광고 시장 점유율 변화를 보면 심각성은 두드러진다. 2010년만 해도 광고 시장 점유율 66.3%를 차지했던 지상파가 2017년 처음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역전을 허용한 이후 격차는 점점 커져 2019년 52.9%(PP), 36.7%(지상파)까지 벌어졌다. PP 성장의 주된 이유는 종합편성채널이다. 지난해 종편 광고매출은 전년 대비 442억원 줄었으나 3년 연속 4000억원대를 유지하며 개국 이듬해인 2012년 대비 23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상파의 지난해 광고 매출(1조 999억원)은 2015년 대비 8000억원 넘게 빠져 1조원대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영업실적도 당연히 나빠졌는데, 특히 공영방송 상황이 안 좋다. SBS는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영업 이익 흑자를 냈지만, KBS·MBC·EBS는 수백억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더해지자 KBS와 MBC는 긴축 식 비상경영을 시행 중이지만, 늘어나는 제작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큰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한동안 지상파 방송계의 숙원이었던 ‘중간광고 허용’ 역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두 공영방송 사장이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규제 완화’와 ‘공적 지원’을 호소하고 나선 이유다.


박성제 MBC 사장.

박성제 사장은 앞서 지난달 열린 방송학회 웹콜로키엄에서 발제를 자청해 “공영방송 재원 현실화”를 주장했다. 박 사장은 MBC가 공영방송이면서도 법제도 불비와 모순에 따른 정체성 논란으로 ‘이중고 삼중고’를 겪어왔음을 호소했다. 이를테면 MBC가 공적 재원과 관련해선 민간상업방송으로 간주돼 수신료나 방송통신발전기금 직접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민간재원과 관련해선 공영방송 범주에 포함돼 자유로운 광고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적 재원과 민간재원의 혼합재원 방식을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재원 구조로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수신료 요구’가 부각된 것에 부담을 느꼈는지 19일엔 수신료 등 공적 기금 지원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법제도 개선’에 힘을 실었다.


박 사장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OTT 사업자가 국내에서 고용을 창출하거나 세금을 제대로 내지도 않으면서 콘텐츠 형식, 광고 등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불공정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범 사회적 논의 기구인 (가칭)미디어혁신위원회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승동 KBS 사장.

양승동 사장도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이행을 위해 공적 재원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사장은 “KBS는 넷플릭스, CJ ENM, 종편과도 다르다”고 차별성을 강조하며 “KBS가 코로나라는 재난을 넘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필수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미디어로 기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KBS를 둘러싼 낡은 제도와 방송산업 전반의 공적 재원 문제가 꼭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 의지를 보여줄 새로운 경영혁신안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KBS 경영평가단의 권고 등을 토대로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정책 검토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신료 현실화나 배분 문제는 KBS 이사회, 방통위, 국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규제 완화 흐름은 가시적이다. 정부는 해외 OTT에 맞서 국내 미디어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정부는 플랫폼 혁신을 위해 ‘최소규제 원칙’에 따라 낡은 규제를 폐지·완화하고 전략적 M&A를 통한 플랫폼 기업의 대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시장·방송광고 규제 완화도 핵심과제로 포함됐다. 방통위는 지상파·유료방송 간 차별적 광고규제를 해소하고 방송 광고 시장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내년까지 관련 시행령 및 규칙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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