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한화 경기 현장을 취재하던 유지호<오른쪽> 연합뉴스 영문뉴스부 기자는 같은 날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이 생중계한 LG-삼성 경기 방송화면에도 등장했다. 유 기자는 미국 현지에 있는 중계진과 화상통화하면서 자신이 취재 중인 한국야구 경기 상황을 설명했다. 이 장면은 미국 전역을 포함해 모두 130여개국에서 전파를 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이 연기되자 ESPN이 지난 5월 개막한 한국 프로야구(KBO) 중계권을 구입해 세계 곳곳에 송출하고 있어서다.
이를 계기로 유 기자는 ESPN의 KBO 객원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어느덧 생중계 방송에 5차례 참여해 KBO 관련 정보와 리그 전반에 대한 소식, 주간 화젯거리 등을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전했다. 유 기자는 “KBO 중계가 처음인 ESPN이 한국야구에 대해 영어로 이야기해줄 전문가를 찾다가 연락이 닿은 저에게 출연을 제안했다”며 “그동안 방송으로만 봐왔던 중계진과 생방송에서 대화하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연합뉴스에 하나뿐인 영문스포츠전문기자다. 2005년 영자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줄곧 스포츠분야를 취재해왔다. 캐나다에서 공부하던 대학시절에도 그가 쓴 스포츠 기사가 학교신문사나 국내 영자지에 실릴 정도였다. 그만큼 스포츠를 좋아했고 그 애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차근차근 전문성을 쌓은 끝에 12년차이던 2017년 전문기자 타이틀을 달았다. 유 기자는 영문기사로 한국 스포츠 소식을 전 세계에 전하는 뿌듯함이 있지만 “다른 누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스포츠 현장에 갈 때마다 영어로 기사를 쓰는 기자는 사실상 유 기자뿐이라고 한다.
“다른 영자신문을 봐도 스포츠 담당 기자는 거의 없다시피 해요. 영자신문 스포츠면 대부분은 제가 쓴 기사를 전재하거나 외신으로 채워집니다. 이번 ESPN 중계가 KBO, 나아가 한국 스포츠에 기회잖아요. 기회를 잘 살려야죠. 더 적극적으로 해외에 알려야 하고요. 스포츠를 좋아하고 영어도 잘하는 친구들이 이쪽으로 와서 함께 일했으면 좋겠어요.”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