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와 언론사의 광고 실험

[언론 다시보기]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미국의 IT전문 잡지 와이어드는 최근 온라인에 “쿠키를 죽이는 것이 저널리즘을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네덜란드의 공영방송인 NPO(Nederlandse Publieke Omroep)의 온라인 광고 실험 사례를 다루고 있다. NPO는 2018년 EU에서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시행하자 자사 웹사이트의 이용자들에게 쿠키의 수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쿠키는 이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임시 파일로 이용자가 본 목록, 아이디, 비밀번호, 구매 기록, IP 주소 등의 정보를 담고 있어 맞춤형 광고 등을 위해 자주 이용되고 있다. GDPR은 쿠키의 수집을 위해서는 웹사이트가 이용자의 동의를 반드시 얻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NPO는 이를 더 강력히 적용해 단순 동의 여부를 떠나 쿠키 수집을 거부하더라도 정보 이용에 아무런 제한이 없도록 조치했다. 그 결과 이용자의 90% 가량이 쿠키 수집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NPO는 하나의 실험을 실시했다. 쿠키 수집을 거부한 이용자들에게는 전통적인 디스플레이 광고를 제시하고, 쿠키 수집을 허용한 이용자들에게는 구글 등 온라인 광고 플랫폼을 활용한 맞춤형 광고를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광고주들은 광고 효과가 높은 맞춤형 광고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PO는 광고주들이 전통적인 디스플레이 광고를 꺼려할 것으로 보고 어느 정도 광고 수익의 하락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오히려 광고 수익이 늘어난 것이다. 광고주들이 생각보다 전통적인 디스플레이 광고에 거부감이 없었고, 온라인 광고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 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결과에 고무된 NPO는 올해부터 쿠키 수집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분과 함께 수익 측면에서도 오히려 낫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매우 흥미로운 사례다.

미국 IT 전문잡지 와이어드가 보도한 네덜란드 공영방송 NPO의 온라인 광고 실험 사례. 와이어드 웹사이트 캡처. 한국의 언론사들도 이러한 실험을 해 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하면 바로 나올 답이 떠오른다. “포털 때문에 안 된다.” 한국의 언론사들도 그동안 혁신을 위해 많은 실험을 해 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새로운 실험들은 기사의 형식이나 내용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광고의 혁신을 위한 실험은 그리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었던 적이 많은 것 같다. 왜 우리 언론사 홈페이지에 가면 품질 낮은 광고들이 어렵게 쓴 기사들에 붙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기자들의 푸념을 꽤 자주 들었다. 광고 때문에 언론사 사이트 가기가 싫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은 일반적이다. 사실 이는 포털 때문이 아니다.

저널리즘의 품질 향상만큼 품질 높은 광고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NPO의 사례에서 광고주들은 생각만큼 전형적이지 않았다. 저널리즘의 품질 혁신을 위한 실험만큼 광고 혁신을 위한 실험도 중요하다. 포털 때문에 어려운 것은 맞지만, 포털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잘못도 있다.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광고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어느 정도 수익만 보장되면 혁신보다는 슬쩍 눈을 감는다. NPO의 실험이 성공해도 그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플랫폼 주도의 질서를 따르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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