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래의 기자는 어떤 모습일까.’ 2005년 기자협회보는 15년 뒤 기자들의 삶을 가상으로 그린 시놉시스를 선보였다. 가상세계는 통일 대한민국의 서울을 무대로, 부부 기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특정 언론사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 기자다. 기자협회보가 상상한 2020년 언론계엔 프리랜서 기자제도가 정착돼 있다. 이들은 각자 신디케이트 회사에 적을 두고 활동하면서 자신이 취재한 기사를 언론사에 공급한다. ‘2015년 대한민국 통일 당시 아무개 대통령이 통일비용을 이유로 5000억 달러를 횡령했다’는 비리 폭로 기사가 2억원에 거래되는 식이다.
당시 기자협회보가 미래의 기자상으로 ‘프리랜서’를 주목한 이유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기자의 직업적 사명과 역할도 변화하고 있어서다. 기자협회보는 “2005년 현시점에서도 미디어는 과거 일방향의 전달에서 쌍방향의 소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직업적 정체성이 가장 많이 흔들리는 것이 기자”라며 “펜 하나로 모든 걸 해결했지만 이제는 컴퓨터, 사진, 통신, 동영상까지 모두 다룰 줄 알아야 한다. 1인 종합미디어로서 기자는 더 이상 소속사가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 정의, 권력 감시, 여론 전달 기능은 기자가 아니라도 네티즌,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일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제는 기자만의 전문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2020년 현실 언론계엔 프리랜서 기자제가 자리 잡진 못했지만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이 기자의 일부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사실이다. 기자 대다수는 여전히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기자의 취재 과정과 보도물이 조롱,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거 기자협회보가 예측한 오늘날 기자의 모습 역시 장밋빛은 아니었다. “미래 사회 기자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기자를 믿지 못하고 자본 권력으로부터 언제나 감시를 받아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프리랜서 기자들은 서로를 ‘물 먹여야’만 자신이 살기 때문에 경쟁도 더욱 치열할 것이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