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있는 올해처럼 11년 전에는 ‘신종플루 주의보’로 온 국민이 긴장하고 있었다. 언론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9년 9월9일자 기자협회보는 언론계 확진자 발생 소식과 함께 신종플루 때문에 벌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을 1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 방송사 기자는 가벼운 감기 기운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가 신종플루 확진을 받았다. 발 빠른 조치 덕분에 일주일 만에 완쾌했다. 반면 신종플루 공포와 괴담이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어낸 경우도 있었다. 고열, 기침, 소화 장애를 겪던 한 지역신문 기자는 동네 병원에서 “신종플루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객지 생활 중이던 그는 사흘동안 숙소에서 혼자 끙끙 앓았다고 한다. 그러나 상급 병원의 최종 판정은 A형 간염. 한 동료는 “빨리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신종플루인 줄 알고 주저하다가 병만 키웠다”며 “신종플루 괴담(백신 투약하면 사망)이 만든 피해자”라고 안타까워했다.
기자협회보는 해당 기사 말미에서 “언론계 종사자들은 외부인 접촉이 많은 데다 잦은 술자리와 술잔 돌리기 등의 음주문화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보건복지부도 ‘우리나라 음주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술잔 돌리기는 비말 접촉을 통해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술잔 돌리기는커녕 회식도, 대면 회의도 하지 않는다. 비대면으로 취재하는 재택근무도 확산하고 있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 언론인들이 해야 할 일은 확산을 막기 위한 사실 보도다. 다만 언론인 개인의 철저한 위생 관리가 앞서야 한다. 지난달 언론현업단체들은 코로나19 공동 대응 지침을 통해 “보도와 방송 특성상 여러 사람을 접촉해야 하는 우리는 개개인의 안전 수칙 준수만이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보호하는 유일한 백신이라는 책임감으로 지침을 준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