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종종 볼 수 있는 신문 1면 머리기사의 두 줄 제목. 23년 전엔 두줄짜리 제목 뽑기가 새 흐름으로 떠오르며 유행했다. 그 시작은 1997년 10월8일자 동아일보 1면 톱 제목이었다. 대선을 앞둔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안을 1면 머리기사로 다룬 동아일보는 양쪽의 주장을 공평하게 실은 두 줄 제목<신한국당- “DJ 비자금 670억 관리” / 국민회의- “사실무근 사법적 대응”>을 선보였다.
이날 이후 일주일 동안 동아일보(4회)와 한겨레신문(5회)은 1면 기사에 이런 유형의 제목을 자주 배치했다. 이를 계기로 다른 신문들도 1면에 비자금 의혹 관련 기사를 실을 때 두 당의 주장을 나란히 제목으로 뽑곤 했다.
당시 머리기사 두줄 제목 확산을 두고 신문쟁이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오갔다. 기자협회보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 편집부의 한 기자는 “균형을 맞추고 공정하게 편집하려는 입장이 반영된 바람직한 제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폭로의 근거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여당 주당을 주제목으로 크게 달고 야당 반박을 부제목으로 작게 뽑는 기존의 관행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경향신문의 편집간부도 “두 줄 제목은 불가피하다”면서 “사실검증과 진실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한쪽 주장만 제목으로 뽑으면 독자들은 사실인양 단정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겨레신문 편집부 한 기자도 “두 줄 제목은 기계적 균형을 유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정략적인 정치공방에서 신문이 중립적인 보도태도를 견지하려는 올바른 모습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두 주장을 함께 싣는 두 줄 제목에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다. 서울신문 한 간부는 “경중을 가려 보도하려는 언론 본연의 자세에서 비켜선 태도”라며 “한쪽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움추리는 자신 없는 제목뽑기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현실적으로 1면 머리기사 제목엔 그 신문의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신문에 마치 사설 같은 주장성 제목, 근거 없는 의혹제기 제목이 실릴 때마다 논란이 되기도 한다. 지면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 들어 남발하는 자극적인 온라인 기사 제목은 이미 여러 번 비판의 대상이 됐다. 1997년 기자협회보 기사에서 문화일보의 한 간부는 “인용부호를 쓰더라도 ‘여, “000” 주장’하는 식으로 붙여야 독자들이 한눈에 한쪽의 주장임을 알 수 있게 된다”면서 제목을 신중하게 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중한 제목달기’, 지금 언론계에도 무척이나 필요한 주문이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