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사원 채용 과정에서 인터넷으로만 원서를 접수받은 일이 ‘파격’이던 시절이 있었다. 1997년 기자협회보는 국내 언론사 최초로 인터넷만을 통해 수습사원 지원자를 모집한 한겨레의 사례를 전했다.
기자협회보는 “일반기업에서도 인터넷만으로 원서접수를 받고 있는 곳은 거의 없을 정도여서 언론계 안팎에선 이를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네티즌이 아니면 기자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예 기자가 될 수도 없는 세상이 코앞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가 파격적으로 인터넷 접수를 전면 도입한 건 실보다 득이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박영소 한겨레 인력개발부장은 “기본적으로 정보화 시대에 정보의 보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검색 능력은 기자직 수행에 필수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접수를 통해 지원자들이 얻는 이점도 있었다. 지방거주자들이 원서 접수만을 위해 서울의 한겨레 사옥까지 와야 하는 불편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로서도 지원서류를 정리하는 데 필요한 인력·비용상 추가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컴퓨터로는 기사를 작성하고 회사로 송고하는 기본적 업무와 지뢰찾기, 테트리스 같은 간단한 게임을 즐기는 것 정도만 할 수 있다”고 고백한 한 중견기자는 이 소식을 접하고 “조금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한겨레 기자는 꿈도 꾸지 못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멀지 않은 훗날엔 동영상 촬영, 편집, 코딩 같은 걸 하지 못하면 기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