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북한 유튜브, 단지 선전선동술의 변화일까?

[이슈 인사이드 | 외교·통일] 맹찬형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부소장

맹찬형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부소장 30대 젊은 지도자가 이끄는 북한이 요즘 유튜브를 통한 국가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은 2017년 8월 ‘Echo DPRK’ 채널을 개설한 데 이어 작년 10월에는 ‘New DPRK’ 채널을 열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선전선동부를 관장하던 시기에 개설한 유튜브 채널들은 근엄한 어조의 기존 선전매체와 달리 자연스러운 말투와 진행이 특징인데, 계속 진화 중이다. ‘Echo DPRK’는 올해 여름 ‘Echo of Truth’로 이름을 바꿨고, 그 내용도 양덕온천, 마식령스키장 등 관광지 소개 영상이 대부분이던 것이 요즘엔 브이로그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대학생 외모의 은아(Eun A) 혼자서 영어로 소식을 전하다가 얼마 전부터 우리 말로 뉴스를 전하는 여성과 러시아어로 진행하는 진희(Jin Hui)가 크리에이터로 합류했다. ‘New DPRK’ 채널에는 여러 여성이 등장하는데 가장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는 7살 소녀 ‘리수진’이다. 수진은 1인 TV를 통해 평양 상류층 어린이의 일상을 전한다.


북한이 ‘호전적인 은둔 국가’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상국가’ 면모를 부각하고자 유튜브 홍보에 열을 올린다는 분석이 많은데, 상당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단지 선전선동술의 변화라든가, ‘극장국가’의 무대에 새 레퍼토리를 추가한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너무 편협한 해석이 될 것이다.


북한의 유튜브에는 유럽 유학파인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경험과 염원이 깔린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김정은 남매는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에 스위스에서 풍요와 자유의 공기를 마시며 성장했다. 그만큼 자신들의 조국이 신경질적인 군사국가나 허세와 연출로 가득 찬 극장국가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이 이어지는 삶의 터전으로 세계인들에게 인식되고 싶은 욕구가 강할 것이라고 믿는다. 고립된 나라의 국경 안에서 절대권력으로 추앙받는 것 못지않게 외국 정상과 교류하며 부부동반으로 해외순방도 갈 수 있는 그런 시대에 대한 갈망이 강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 갈망이 유튜브 채널은 물론 김 위원장의 당 창건 75주년 ‘감성연설’과 남측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신속한 사과에서 드러난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평양 문수물놀이장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이곳의 영어 명칭을 스위스 취리히 인근에 있는 유럽 최대 워터파크의 이름을 따서 ‘평양의 알파마레(Alpamare in Pyongyang)’로 적은 건 아닐까?


이 가설이 맞는다면 북한은 은둔의 장벽을 열어젖히고 나서려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남녘의 동포들’은 이런 변화를 돕고 중재하는 노력과 배려를 다 하는 것이 도의에 맞을 뿐만 아니라 긴장완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실리에도 부합한다. 그래서 우리의 시선은 다시금 북미대화 재개와 종전선언,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목표를 향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연합뉴스의 북한 전문 유튜브 채널 ‘연통TV’ 운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종종 북한의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는데, 북쪽에서도 연통TV를 보는 건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서 북쪽의 운영자들도 구독자와 조회 수 때문에 스트레스깨나 받겠구나 하는 상상도 해본다. 아무튼 유튜버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구독’과 ‘좋아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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