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사가 네이버에서 유통되는 뉴스소비 대부분을 차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여론의 독과점이다. 특히 네이버 뉴스에서 드러나는 여론 독과점에 대한 우려는 특정 정치 성향으로의 편향보다 저질 뉴스가 여론 전반을 채워버리는 현상과 관련이 크다. 다분히 조회수(PV)만을 의도해 생산한 뉴스가 실제로도 다수 PV를 얻으며 공론장 전반이 연성화·저질화된 뉴스들로 가득 채워지는 문제가 핵심이다.
=>관련기사: 네이버 독식 '중·조·연'...디지털 뉴스 승자일까
http://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8419
◇공론장의 저질화, 연성화란 문제
기자협회보가 올해 1월1일부터 10월19일까지 네이버 ‘많이 본 뉴스’ PV 점유율 상위 10개 언론사 뉴스 10건씩 총 100여건을 질적 분석한 결과 연예인이나 셀럽과 관련된 근황, 논란, 발언, 사건사고 등을 다루는 뉴스가 많았고, 실제 많이 읽힌 것으로 나타났다.
=> 점유율 상위 10개 언론사의 상위 PV 1~10위 표는 기사 최하단에 첨부했음.
(매체 수 및 기사 송고시간 데이터 등 추가)
조선일보의 경우 최다 PV 기사 10건 중 연예인 등의 논란이나 근황을 요약하고 이에 대한 당사자나 소속사 입장 [전문]을 붙이는 형태의 기사가 3건 포함돼 있었다. <유튜버 심리섭과 배우 배슬기, 만난 지 석달만에 결혼[전문]>(4위, 87만9052 뷰), <[전문] 가수 임슬옹 “현장서 구호조치 했지만 사망...심각한 충격”>(5위, 84만9970 뷰), <이근 “성추행 처벌 받았지만, 어떤 성추행도 안했다” [전문]>(7위, 79만1188 뷰) 등이 사례다.
서울신문에서 지난 2월15일 포털로 송고한 <“좀 보이면 어때” 임현주 아나운서, ‘노브라’ 생방송 후 반응>도 유사 사례다. 해당 기사는 서울신문 뉴스 중 네이버 일간 기준 PV 7위(56만110 뷰)를 기록했는데, ‘노브라’ 방송출연과 입장 전문을 담는, 전형적인 어뷰징 방식으로 쓰였다. 머니투데이에서도 <“커피 34잔째?”...정용진, 이번엔 스타벅스 ‘서머 체어’ 인증>(1위, 52만3314 뷰), <윰댕이 10년 만에 꺼낸 이야기...“아들이 있다”(종합)>(4위, 42만7891 뷰) 등 셀럽 관련 뉴스가 확인된다.
PV순위로 11위를 차지한 YTN에서 많이 읽힌 기사 순위권에는 <배우 오인혜 병원 치료 중 끝내 사망...향년 36세>(1위, 112만6745 뷰), <이순재 “전 매니저 주장 맞다...진심 어린 사과”>(8위, 40만7604 뷰), <배우 김민교씨 반려견에 물린 80대 여성 두 달만에 숨져>(10위, 38만1461 뷰) 등 연예인 관련 뉴스가 포함돼 있었다.
◇많이 본 뉴스는 우리 공동체에 가장 필요한 뉴스인가
이 같은 뉴스들도 분명 의미가 있지만 국내 최대 뉴스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 리스트를 통해 올해 우리 공동체에 가장 중요했고 의미 있는 이슈가 무엇인지를 감지할 수 없다는 점이 우려의 골자다.
특히 네이버 ‘많이 본 뉴스’에서 ‘세계’ 영역은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아이템이 대다수 순위를 차지하며 이 문제가 가장 극심한 경우였다. ‘세계’ 카테고리 PV 상위 10개 뉴스 중 8개를 생산한 중앙일보 기사들의 제목은 <백악관 마비시킨 힉스, 트럼프 수양딸 불리는 모델출신 88년생>, <“마스크 안 썼다고 악플” 리얼리티쇼 여성연예인 극단 선택>, <‘대만 국민 여동생’의 추락···“국적 바꿔라” 비난 쏟아진 사연>, <“한국, 취소하라” 분노…필리핀 발칵 뒤집은 한국인의 댓글>, <삼촌에 성폭행당한 10세 소녀, 낙태 수술장 앞서 가로막혔다>, <세계 곳곳 코로나 종식 선언···韓 ‘뼈아픈 실수’ 도드라졌다>, <성행위 중 몰래 콘돔 뺐다…佛외교관 고발당한 ‘스텔싱’이란>, <구찌家 상속녀 “6살 때부터 계부가 성적 학대…친모가 감췄다”> 등이었다. 올해 우리 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국제뉴스가 위와 같았을 소지는 희박하다.
PV 자체가 지상과제가 되다보니 이슈가 뉴스를 낳는 게 아니라 뉴스가 뉴스를 낳는 일도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타 매체가 먼저 써 순위권에 오른 기사를 일단 따라 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PV가 뉴스가치에 대한 언론사별 판단보다 우선시되며 덜 주목받아도 될 만한 뉴스가 더 조명되고, 정작 중요한 이슈는 뒤로 밀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예컨대 유명 셰프의 예비신부가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였다는 뉴스는 지난 4월22일 여러 매체에서 시차를 두고 송고된 끝에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생활문화’ 카테고리 30위 순위권 기사 중 무려 10건이나 차지했다. 언론사들의 네이버 송고 뉴스에 대한 가치판단 기준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송고시간’으로 보는 언론사 대(對) 네이버 전략
‘최다PV를 위한 최적화’라는 언론사들의 대(對) 네이버 기조는 이미 상당히 고착된 것으로 보인다. ‘시의적절’하게 ‘어떤 뉴스’를 내놓는지가 중요하다. 예컨대 한국경제는 지난 7월9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실종된 이후부터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내놨다. 오후 6시59분 <[속보] 박원순 성북동서 실종...경찰에 ‘미투 신고’>(93만1343 뷰)를 송고하고 3분 후 <[종합] 박원순 연락두절 실종...경찰 “미투 신고 접수”>(73만5747 뷰) 기사를 재차 보냈다. 이후 밤8시33분엔 <[속보] 공관에서 ‘박원순 유서 발견’...시민들 공관 찾기도>(81만5408 뷰)가 송고되기도 했다. 내용이나 정보값에 큰 차이 없는 기사들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여러 차례 전송된 끝에 이날 ‘많이 본 뉴스’ ‘사회’ 부문 2,3,6위에 올랐다. 조사기간 한국경제 기사 중 네이버 PV가 가장 많은 뉴스들이기도 했다.
특히 ‘송고시간’과 관련해선 네이버 점유율 상위 언론사 전반에서 특징이 발견된다. 점유율 상위 10개 언론사별 상위 PV 뉴스 10개씩의 송고시점을 (1)오전2시~오전10시59분 (2)오전11시~오후5시59분 (3)오후 6시~다음날 오전1시59분 등 3개 시간대로 구분해 살펴본 결과 전체 100개 기사 중 (1)시간대 송고기사가 45건(45%)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국민일보·머니투데이가 순위권 10개 기사 중 각 7건, 연합뉴스가 6건, 중앙·조선·매일경제 각 5건 등으로 많았다.
전날 작성되거나 선별된 이들 기사는 늦은 밤이나 아침 일찍 예약송고 돼 출근시간과 오전 시간대 뉴스 이용자를 공략한다. ‘많이 본 뉴스’는 일간 단위로 누적 집계되는 만큼 기사를 이른 시간에 송고하면 더 많은 시간동안 PV를 확보할 수 있고, 나아가 순위권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기사들이 PV를 선도하고 이후 시간대별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실검 대응, 오프라인용 생산기사 등이 뒤를 받쳐주는 방식을 기본 모델로 볼 수 있다.
다만 사별 차이는 존재해서 한국경제와 서울신문처럼 닷컴사나 부서 등에서 활발히 실검 대응에 나서온 언론사는 순위권 내 각각 6개, 7개 기사가 (2)시간대(총 27건)에서 나왔고, JTBC와 SBS 등 방송사는 각 6개 기사가 메인뉴스 방영 이후 시간대인 (3)(총 28건)에서 나왔다.
◇‘중요한 뉴스’보다 ‘관심 있는 뉴스’ 질서 자리 잡은 네이버 해법은?
최근 네이버는 ‘많이 본 뉴스’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다양성을 지향하고 개인화된 맞춤 뉴스를 제공하는 개편방향을 밝혔다. 네이버는 조회수(PV) 10만 이상인 기사 수가 이전보다 24% 감소하는 등 “구독과 추천 도입 후 전체적으로 기사 소비가 전보다 다양해졌다”고 했고, ‘많이 본 뉴스’를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로 바꾸는 개편도 시행한다고 했다. 이용자가 ‘구독’을 선택한 언론사·기자의 기사가 더 많은 영역에서 우선 노출되는 개인화 강화 기조도 드러냈다.
다만 앞선 분석은 현재 네이버에 자리 잡은 뉴스시장의 질서, 문제점을 드러낸다. 실제 이번 개편은 그 질서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언론사가 직접 자신의 판을 편집토록 하고 이용자 구독에 따라 뉴스를 추천토록 한 지난 2017년 10월 ‘언론사 구독모델’ 개편, 여기 AI 추천뉴스 영역이 들어간 지난해 4월 네이버 개편의 연속선상에 놓인다. 이미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더 높은 점유율을 점한 매체일수록 기존 방식을 바꿀 동기는 더욱 미미해졌다. 현재도 구독자수가 많은 매체가 동일한 아이템을 후속으로 쓰고도 훨씬 더 많은 PV를 얻는 일은 일어나고 있다.
결국 언론사와 이용자 모두의 대대적인 인식개선 없인 해결이 힘든 문제다. 언론사 내부에선 다수 저질 뉴스를 송고하면서도 ‘PV 때문에 어쩔 수 없고, 신문이나 방송에선 그러지 않으니 괜찮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문제는 네이버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이 훨씬 다수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용자들의 현 뉴스 소비패턴 역시 돌이켜볼 지점이다.
특히 네이버는 국내 최대 뉴스유통 플랫폼으로서 어떤 위치와 책임을 점할지 다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뉴스와 관련해 ‘이용자의 관심사’ 등을 지속 강조해 왔는데 그 결과는 ‘많이 보는 뉴스’와 ‘중요한 뉴스’ 간 간극으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뉴스 ‘개인화 강화’ 역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네이버로선 뉴스편집과 관련한 정치적 논쟁을 피할 수 있고, 맞춤형 뉴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수 있지만 ‘필터버블’을 강화할 수 있다. 더불어 개인화된 뉴스는 공동체가 공동으로 관심 가져야 할 뉴스의 존재나 역할을 축소시킬 측면도 있다. 차후 개편에서 네이버는 본 기사와의 내용 관련성,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다른 기사, 현재 인기도 등을 결합한 기사 추천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했는데, 이와 더불어 ‘반대 입장을 담은 기사’, ‘공동체에 필요한 뉴스’ 등을 반영할 필요가 큰 이유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