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NYT와 한국언론 공통점이 있었다?

[저널리즘 타임머신] (41) 기자협회보 2003년 11월 26일자

‘뉴욕타임스-한국언론 닮은꼴인가.’ 2003년 11월 기자협회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세계적인 유력지이자 오늘날 디지털 혁신의 상징과 같은 뉴욕타임스가 한국언론과 닮았다니. 지금으로선 와 닿지 않는 비유다. 그해 뉴욕타임스는 자사 제이슨 블레어 기자의 기사조작 사건으로 큰 치욕을 겪었다. 블레어가 수개월간 기사를 조작·표절한 사실이 드러나자 뉴욕타임스는 1면 톱기사와 4개면에 걸쳐 사건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152년 역사상 대단히 부끄러운 순간이자 신뢰에 대한 심각한 배신”이라며 독자에게 사과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을 계기로 편집국의 문화와 의사결정 과정이 왜 저널리즘을 실패하게 했는지 점검하고, 원활한 의사소통과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찾기 위해 팀을 꾸렸다. 편집국 부국장인 알 시걸과 내부인원 25명, 외부 저널리스트 3명으로 구성된 ‘시걸위원회’다. 이들은 6개월간 뉴욕타임스의 구조적 문제를 샅샅이 훑고 그 대안을 담은 보고서를 펴냈다.


기자협회보는 시걸위원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전하며 한국 언론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편집국 내 상하간 단절된 소통 구조, 미묘한 남녀 차별, 일부 기자에 대한 편애, 익명처리 남용 문제 등은 뉴욕타임스나 한국언론이나 마찬가지였다.


시걸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부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훌륭한 보도를 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직무관리가 필수적이지만 이는 내부 의사소통이 없으면 이룰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편집국 공동체 건설, 부장과 차장의 벽 허물기, 기자와 부장 간 다양한 토론, 취재부서와 편집부서의 화합, 의사소통 활성화를 위한 직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독자와 공중으로부터 제기된 문제나 비평에 대해 답하고 이슈와 저널리즘 관행에 대해 신문에 정기적인 비평문을 게재하는 ‘퍼블릭 에디터’, 익명 소스 사용과 바이라인·데이트라인의 일관성을 감독하며 기자들에게 필요한 윤리, 미디어법에 관한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책임지는 ‘스탠더드 에디터’ 신설도 제안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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