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주식투자, 20년 전 시각은… "대중보다 정보 빨리 알 수 있는 내부자로 봐야"

[저널리즘 타임머신] (43) 기자협회보 2000년 11월 13일자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덩달아 주식시장 열기도 뜨거웠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주식 투자가 성행하던 그때 ‘정현준 사건’이 터졌다. 벤처기업인 정현준씨가 조성한 700억원대 사설 펀드의 투자자 600여명 중 언론인이 포함돼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주식 투자 문제가 기자사회의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2000년 11월 기자협회 회의실에 기자 몇몇이 둘러앉아 주식 투자를 둘러싼 생각을 나눴다. 한 기자는 기자협회가 제정한 기자윤리강령부터 언급했다. 품위유지 항목에 ‘취재보도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개인의 이익 추구에 사용하지 않는다’(개정판)는 조항을 꼽으며, 강령이 금지한 상황이 실제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부 경험이 있는 기자는 “직접 투자하면 주식을 더 빨리 배울 수 있다”면서도 “내 돈 100만원만 들어가 있어도 오르게 유도하는 기사를 쓸 수 있다”며 증권담당 기자들의 주식 투자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지 의견에 공감한 또 다른 기자도 “IMF를 겪으며 주식을 모르면 바보처럼 여겨져 다들 공개적으로 주식을 하고 함께 윤리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며 “그때는 월급을 제대로 못 받기도 하고 생활이 어려워져 기자들도 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듯 하다”고 말했다.


반면 누구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자들에게만 강한 윤리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마땅하냐는 문제제기도 이날 방담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기자도 개미군단 중 하나지만 기자가 떼돈을 벌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기사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기자들은 일반 투자자보다 (정보를) 빨리 알 수 있는 위치”라며 “그런 면에서 준내부자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20년이 지나 올해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주린이’(주식+어린이) 열풍으로 개인 주식 투자자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번의 주식 활황기, 2020년 기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기자의 주식 투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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