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젊고 역동적… '원팀'으로 '앵커 손석희' 없는 뉴스룸 강하게 만들 것"

[인터뷰] 이규연 JTBC 보도총괄

JTBC 신임 보도총괄로 이규연 탐사팩츄얼본부장(겸 남북교류추진단장 겸 대PD)이 지난 2일 임명됐다. 7개월 만에 보도총괄직이 교체되는 전격적인 인사였다. 지난 5월 임명된 권석천 보도총괄은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로 복귀했다. 이규연 신임 JTBC 보도총괄은 임명 직후 “합리적 진보의 방향은 유지하고, 지금보다 분명하고 강한 관점을 가져가고 싶다. 책임 있는 시민들이 모여드는 뉴스룸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느 언론사에서든 뉴스 전체를 아우르는 자리의 무게는 가벼울 수 없다. 특히 현재 JTBC에서 그 막중함은 더할 수밖에 없다. ‘손석희 앵커’ 이후 JTBC는 메인뉴스의 부진한 시청률, 뉴스 전반의 신뢰도‧영향력 하락에 고민해 왔다. 방향은 분명하되 방법론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실행해낼지, 그 과제가 신임 보도총괄에 부여됐다. 당장 오는 7일 ‘JTBC 뉴스룸’은 개편을 앞둔 상태다. ‘코멘테이터 도입’으로 ‘블록강화’를 이루고 이로써 “관점과 분석이 있는 뉴스”를 하겠다는 목표가 시청자에게 가닿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다. 

기자협회보는 쉽지 않은 과제를 부여받은 이규연 보도총괄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 7일 답을 받았다. 이번 개편과 향후 보도 조직의 변화, 임명배경 등을 질문했다. 1988년 중앙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2011년 JTBC 초대 보도국장을 지내고, 시사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등을 맡아 '국내 탐사보도의 개척자'로서 길을 걸어온 ‘언론인 이규연’에 대해서도 물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이규연 JTBC 보도총괄. /JTBC 제공
- 보도총괄직이란 쉽지 않은 자리를 맡게 됐다. 소감이 어떤지, 총괄직을 제안 받고 고민은 없었는지 여쭙겠다.
“영광이자 고난의 자리다. 내 능력을 내가 알기 때문에,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다. 일단 된 이상, 보도총괄 산하의 기자, 피디, 직원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심경으로 일하겠다.”

- 이번 인사에 대해 예상치 못했다는 얘기가 많던데, 총괄직 제안을 받은 시점과 배경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뛰어난 전임 총괄이 개인적인 문제로 사의를 표하면서 이루어진 인사다. 건강 등의 문제인데, 개인적인 사정이어서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손석희 JTBC·JTBC스튜디오 총괄사장은 지난 2일 구성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인사배경을 전한 바 있다. 손 사장은 “권 총괄은 지난주에 사의를 표했다. 만류도 많이 해봤으나 여러분 아시는 것처럼 아닌 것 같으면서도 고집이 센 사람이라 방법이 없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 것 같은데 현상 타개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총괄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권 총괄의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잘 할 수 있는,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건강도 다시 적신호라고 하고 저도 결국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저로서는 다시 좋은 칼럼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고도 했다.

- JTBC 보도의 시청률이나 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태다. 2011년 JTBC 초대 보도국장을 맡을 당시 상황, 태블릿PC 보도를 했던 시기와 비교해 JTBC의 현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JTBC 뉴스의 지표 하락 이유가 무엇이라 판단하는지 궁금하다.
“2011년과 지금은 비교할 수 없다. 2011년에는 없는 인력과 장비, 시스템을 세팅하는 ‘개국의 시대’였다. 방송을 차질 없이 내보내는 것이 주 업무였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청자들의 신뢰가 쌓여있다고 본다. 실력 있는 기자와 피디들도 많이 생겨났다. 물론 1~2년 사이에, TV 시청률만 보면 나빠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부터 떨어진 이유를 냉정하게 분석해볼 작정이다.”

- 총괄직을 맡으며 시청률이든, 보도의 질이든 목표로 삼은 게 있다면? 아울러 현 JTBC 보도 조직, 기자들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강한 팩트보도, 명쾌한 관점보도, 재미있는 화제성보도가 매일 각 1건씩만 나오는 뉴스룸이라면 어떨까 한다. 우리 조직은 여전히 젊고 역동적이며 자유롭다. 스타기자들이 어느 방송사보다 많다. 하지만 9년 밖에 안 된 조직이어서, 아직은 취재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돼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 보도국 기자들, 특히 주니어 기자들 사이에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 이 같은 목소리의 실체와 의미를 파악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아울러 보도 외적인 부분, 특히 조직 관리나 운영 차원에서 현재 JTBC 보도 부문이 마주한 가장 큰 고민과 문제점은 무엇이라 판단하고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인가.
“‘손석희 앵커’ 없는 뉴스룸이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다 알다시피, 손 사장이 앵커로 있으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수년 간 포맷과 진행은 ‘앵커 손석희’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앵커 손석희’가 없는 상황에서 강하고 매력적인 뉴스룸을 만들어내야 한다. 나를 포함한, 누구 몇몇만으로는 손 앵커석을 대체할 수 없다. ‘원팀 뉴스룸’ 밖에 없을 것 같다. 이전보다 더 총괄, 에디터, 팀장, 기자와 피디들이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 말로만 ‘원팀’이 아닌, 일사불란한 체계를 만드는데 주력하겠다.”

- 현재 JTBC 앞에 떨어진 가장 큰 과제는 7일 단행되는 개편이다. ‘블록강화’, ‘코멘테이터제’ 도입으로 ‘관점과 분석이 있는 뉴스’를 하는 게 개편 핵심인데 사실 ‘블록강화’는 ‘손석희 앵커’ 이후 JTBC가 꾸준히 고수해 온 기조이기도 하다. 이번 개편이 기존과 차별되기 위해서 가장 절실한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나.
“코멘테이터인 이슈체커 도입이 이번 개편의 핵심 중 하나다. 이 부분이 블록강화와 맞닿아 있다. 블록이 길어지면 지루해질 수 있다. 의미만 남고 매력은 사라진다. 의미와 매력을 모두 잡기 위해 이슈체커가 도입됐다. 4명의 이슈체커들이 다 역량이 있는 기자들이다. 블록의 역동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JTBC는 7일 단행되는 개편으로 ‘뉴스룸’에 코멘테이터제를 도입한다. 정치(박성태), 사회(오대영), 외교·안보(정제윤), 경제(이승녕) 등 각 분야 취재경험이 많고 방송 역량이 있는 중견기자들이 앵커와 함께 JTBC만의 관점과 분석을 선명하고 알기 쉽게 전달하는 보조앵커 역할을 맡는다. 주요 현안이 있을 때 출연해 심층 분석을 전하고, 시청자들이 낮동안 소비된 뉴스를 ‘뉴스룸’을 통해 정리토록 하겠다는 취지다.

- 이번 개편은 사실 이규연 총괄 체제 아래 이뤄진 변화는 아니었다. 이번 개편을 신임 총괄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총괄직을 맡은 후 새롭게 주문한 바나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맞다. 전임 총괄 주도 하에 이루어진 개편이다. 몇 달 간 후배들이 머리를 맞대 만든 노고의 산물이다. 한국 방송 저널리즘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본다. 우선은 개편방향을 지지하고 북돋아 주고 싶다. 무슨 개편이든 시청자의 입맛과 눈높이가 우선이 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특히 ‘코멘테이터’들의 역할이 이번 개편에서 중요한 듯 보인다. 이슈가 있을 때 출연해 JTBC만의 관점과 분석을 상세히 전하는 보조앵커 등으로 소개가 됐는데, 4개 부문을 담당한 코멘테이터들에게 각각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일까.
“뻔한 해설이 되면 실패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충분한 팩트 취재를 기반으로 명쾌한 관점을 보여줘야 한다. 또 시청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재미가 없다면 방송뉴스로선 낙제다.”

- 총괄직을 맡으며 “합리적 진보의 방향은 계속 유지하고, 지금보다 분명하고 강한 관점을 가져가고 싶다. 책임 있는 시민들이 모여드는 뉴스룸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위 발언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장기적인 변화 방안, 조직개편안 등으로 구상하고 있는 게 있을까.
“지금의 개편 방안이 성공하면 그게 분명하고 강한 관점을 가진 뉴스룸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틀은 전임 총괄이 만들어놓고 간 것이다. 이 개편이 성공하도록 최대한 지원할 생각이다. 조직개편은 그 평가가 끝난 후에야 생각해볼 일이다.”

- 이번 개편 중 또 다른 한 축은 뉴스성 프로그램을 연달아 편성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치부회의’나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평일과 주말 각각 ‘뉴스룸’ 앞뒤로 편성됐는데, 앞서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시너지 효과라는 게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것인가.
“기본적인 편성전략이다. 예능·드라마와 시사보도를 보는 시청자들은 다소 다를 수 있다.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연결해 블록화한다면 아무래도 시청 집중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 ‘언론인 이규연’은 국내 탐사보도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보도총괄이 되면서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도 변화가 있나.
“선구자는 너무 과분하고, 탐사보도 개척자 중의 한명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진행과 기획, 중요 취재를 모두 앵커가 담당하는 국내 유일의 시사프로그램이었다. 후임 논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당분간은 기획과 취재를 담당 국장과 팀장에게 넘기고 진행만 할 계획이다. 이제부터는 기획과 중요 취재의 부담은 내려놔야 할 것 같다.”

- 탐사팩츄얼본부가 추가로 시사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역할이 확대되거나 변화할 수도 있나. 탐사기획1‧2팀 혹은 보도국 전반에서 탐사보도를 강화하는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을까. 아울러 총괄께서는 데이터저널리즘에도 상당히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안다. 이와 관련해 새로 인력을 뽑거나 조직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나.
“흥미로운 지적이다. 하지만 아직 추가제작이나 제작시스템 변화 등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데이터저널리즘은 새로운 방송 시대에 맞는 방식을 고려해 봐야겠다.”

- 중앙그룹 차원에서 JTBC의 디지털 대응에 대해서 수차례 개선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도 JTBC에 변화를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을까.
“TV 앞에서 점점 시청자가 떠나가고 있다. 특히 다른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시청자가 많은 JTBC는 더욱 그렇다. 당연히 공격적인 디지털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도에서도 유튜브나 OTT 전략을 수립해 볼 계획이다.”

- 신문기자로 줄곧 살다가 JTBC로 넘어왔고, 현재 자기 이름을 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 게 벌써 6년이다. 익숙했던 펜 기자를 떨치고 방송사로 넘어간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주로 탐사보도를 하는 방송 영역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배우거나 깨달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탐사기획 취재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다. 그러다보니 긴 기사, 구성 기자에 익숙했다. 그 경험을, 시사 프로그램에 반영되고 있다. 구성의 기본원칙 면에서 방송과 신문의 기획 기사는 서로 같다. 물론 구성요소 면에서는 다르지만 말이다.”

- 1988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이제 기자 생활이 만 32년째다. 스스로를 어떤 기자였다고 자평하고, 어떤 기자로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중앙일보에서 가난, 소외, 환경, 재난 등에 주목해 왔다. ‘스포트라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비리 폭로만이 아닌,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왔다. 출입처 기자를 지양하고 독자적 취재가 가능한 기획취재팀에서 일하기 좋아했다. 나를 아끼는 선배들이 ‘정치 사회 경제 출입처를 마다하다가는 부장 한 번도 못하고 퇴직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운이 좋아서 이 자리까지 왔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꾸준히 우순한 황소처럼 탐사저널리스트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한국 탐사보도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남고 싶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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