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지하철 역사에 배포되는 무료신문이 잇따라 생겨나자 신문업계에 긴장감이 돌았다. 당장 스포츠신문에 타격이 컸다. 무료신문 등장 이후 스포츠신문의 가판 판매율이 평년 대비 30%가량 줄었다. 광고 매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기자협회보 보도에서 한 스포츠신문 임원은 “무료신문은 스포츠신문에 악재”라며 “회의 때마다 무료신문에 대한 판매 전략을 논의하고 있고 스포츠신문 판매 국장 모임에서도 자구 방안이 거론되지만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스포츠신문 판매국장은 “하루 발행 부수를 많게는 5만부까지 줄이고 있다”며 “가정 독자를 늘리기 위해 선정적인 지면 제작 대신 정치, 사회분야를 보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더 큰 위기감이 느껴졌다. 종합지와 비교해 가판 판매 비중(40%)이 높은 스포츠신문으로선 무료신문의 가판시장 잠식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스포츠신문 총판업을 하는 박명호씨는 “가판 판매율이 야구 시즌에는 50% 감소했고 스포츠신문이 잘 팔리지 않는 비시즌에도 15% 줄었다”고 전했다.
광고시장 역시 무료신문이 스포츠신문을 잠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 광고대행사 인쇄매체팀 관계자에 따르면 광고주 90% 이상이 기존 매체, 특히 스포츠신문 광고비의 일부를 옮겨 무료신문에 집행하고 있었다. 주로 젊은층이 가볍게 볼 수 있는 매체라는 점에서 두 신문의 독자층이 유사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리던 무료신문은 얼마 가지 않아 가파른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2009년 도입된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하자 ‘지하철 신문’으로 불리던 무료신문은 설 자리를 잃었다. 한때 10여개로 불어났다가 2013~2014년 전후로 자취를 감췄다.
당시 30만부를 발행하며 무료신문 시장의 선두에 있던 포커스신문은 2014년 4월 무기한 휴간을 알리면서 “모바일 기기 확산 등 미디어 환경의 복합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10년 8개월여 동안 아침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애독자들을 만났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겠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