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이라는 명제가 올해만큼 빈번히 제기된 해는 없었다.’ 2020년 이야기가 아니다. 20년을 거슬러 2001년에도 언론계의 화두는 ‘개혁’이었다. 기자협회보는 그해를 마무리하면서 ‘언론개혁 결산’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언론사 대상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결정 등으로 혼란스러운 사이 언론개혁 기본 과제들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때였다.
기자협회보는 당시 정부여당을 “(언론개혁의) 욕심만 있고 정책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언론의 자율개혁 원칙을 고수해왔는데, 문제는 이 원칙만을 되풀이하며 언론개혁 전반에 대한 공론화나 정책적 접근에 실패했다는 데 있었다. 세무조사, 공정거래위 조사 등 일련의 조치로 ‘정치적 의도’를 둘러싼 언론탄압 공방이 정치권과 언론계를 휩쓸었는데도 정부는 ‘세무조사와 언론개혁은 무관하다’는 점만을 강조하며 거리두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었다.
언론계 내부를 향한 지적도 날카로웠다. 2001년 한 해 언론사들이 전례 없이 언론개혁과 탄압을 둘러싼 요구, 주장을 쏟아내면서 미디어면 또는 매체비평 프로그램이 활성화했다. 외부는 물론 언론계 내부에서도 언론 문제·과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였던 셈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성과는 크지 않았다.
기자협회보는 “(매체비평 프로그램 등을 두고) ‘상호비평 활성화’라는 기대와 ‘자사 홍보·타사 공격용’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으나 결과적으로 새로운 언론질서에 대한 ‘공론의 장’은 형성되지 못 했다”며 “정쟁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듯한 탄압이냐, 개혁이냐는 공방 속에서 언론개혁을 위한 고민과 모색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진단했다.
2020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고민의 깊이는 그때보다 더 커졌다. 시민들의 언론개혁 요구는 거세졌고 언론계도 이를 격하게 체감하는 중이다. 20년 전 기자협회보는 이렇게 제언한다. “언론개혁은 미완의 과제. 지금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