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피해·아픔, 최대한 상세히 기록해야겠다는 바람 컸죠"

[인터뷰] 포항 지진, 그 후 3년 기록한 김윤정·백승연·양수민·이준엽씨

“지진이 일어난 지 3년이 됐는데 왜 아직도 이재민들은 대피소에 살고 있을까?” 지난해 9월 기자 지망생인 김윤정·백승연·양수민·이준엽씨는 신문 귀퉁이에 있는 한 기사를 봤다.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산다는 내용이었다. 기존 보도를 살펴봐도 왜 아직도 대피소 텐트에서 지내는지, 어떤 갈등과 불만이 있는지, 텐트 속 사람들의 이야기는 없었다. 이름과 코멘트 한 줄로 다루는 기사가 아닌 그 사람들이 지진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살펴보고 싶었다. 그렇게 네 사람은 포항 지진 3년 그 이후를 기획했고, 4개월 넘게 공들인 끝에 <어느 날 우리 집이 무너진다면>을 내놨다. 이 취재물은 뉴스통신진흥회가 공모한 제3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기자 지망생 양수민(왼쪽 위부터 반시계 방향), 김윤정, 백승연, 이준엽씨는 포항 지진 3년을 기록한 기획 <어느 날 우리 집이 무너진다면>으로 제3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사진은 포항 영일대에서 취재를 도와준 포항 지진 이재민과 함께 찍은 모습.
“김씨여서 그런지 수상 소식 전화를 제가 받았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 바로 팀원들에게 단체 보이스톡을 걸어 소리 지르고 그랬죠. 기뻤어요. 단순히 저희가 오랫동안 취재한 결과물이 수상했다는 기쁨보다는 이번 수상으로 포항 지진을 한 번 더 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뜻깊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김윤정씨)


취재 기간 4개월, 기사에 들어간 취재원 수만 28명이다. <어느 날 우리 집이 무너진다면>은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포항 지진 3년 후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문제뿐만 아니라 주민 간 갈등, 미비한 피해 보상 문제,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라는 인재로 밝혀지기까지의 과정 등을 5회로 나눠 꼼꼼하게 기록한 기획이다. 공모전 심사위원회가 “주민이나 단체 간의 이견과 충돌·불협화음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줌으로써 지진 피해 이후 트라우마와 갈등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며 “취재팀은 제대로 된 현실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중요한 기록물을 남겼다”고 평가한 이유다.


이들은 2박3일간, 두 번 포항에 내려갔다.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은 코로나 방역 조치로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어 드나드는 주민들을 붙잡고, 기다리는 ‘뻗치기’도 불사했다. 포항시청 공무원들은 주차장까지 쫓아온 이들에게 왜 찾아왔냐고 꾸짖기도 했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음을 알아달라”는 공무원들의 입장까지 기사에 충실히 담았다.



“전문가들을 취재하며 공통으로 들은 이야기는 ‘한국은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이 아닌데 우리는 참 재난을 빨리 잊는다’는 거였죠.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 발생한 일이니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 굉장히 빨리 잊는데, 그러면 이 지진으로부터 발생한 피해들과 문제들이 다른 지역에서 똑같이 나오게 되는 거죠. 지금 이 상황에 있었던 피해나 아픔들을 최대한 상세히 기록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바람이 정말 컸어요.”(양수민씨)



취재팀이 포항을 취재했던 지난해 9~12월은 언론사 채용이 많았던 시기였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기까지 마음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진 피해자 고 김상자씨의 아들 송창용씨가 취재원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요.(김상자씨는 지진 발생 이후 악성뇌종양으로 고인이 됐다.) 언론사 시험 준비와 취재를 병행하기 힘들어 ‘포기할까’ 생각도 많이 했는데 송창용씨를 인터뷰하며 간절한 마음을 느꼈어요. 기사를 써 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냥 포기해버리면 너무 죄송할 것 같았죠. 기사를 완성하는 데 포항시민분들이 큰 원동력이 됐어요.”(이준엽씨)


이들에게 포항은 제2의 고향이다. 최근 포항에서 땅 꺼짐 현상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취재 당시 만났던 포항 흥해 지역 사람들은 괜찮은지 걱정했다. 이들은 공모전 상금 일부를 지진 피해복구를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기자가 되고 나서도 포항 지진을 4개월 동안 추적한 경험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또 지진이 나거나 재난이 왔을 때 포항 주민들을 취재했던 경험을 살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백승연씨)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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