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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밖에서 숲을 보자"… 실리콘밸리로 달려간 7년차 기자

[인터뷰] 책 '탁월한 스토리텔러들' 펴낸 이샘물 동아일보 기자

김고은 기자 | 2021.01.27 15:54:54

“그때 가졌던 절박함은 미래에 대한 새로운 뭔가를 찾을 수 있다면 지금 가진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다는 마음이었어요.”


2016년 6월. 6년차 기자 이샘물의 머릿속은 온통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시 취재하던 글로벌기업들이 항상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언론은 어떻지?’ 자문하고 고민하던 시기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출장을 간 그는 어느 바이오기업의 CEO 기자간담회를 취재하고 있었다. 한 기자가 물었다. “화학 쪽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는데 어떻게 바이오 CEO가 됐죠?” 그 CEO가 답했다. “숲속에 있는 사람은 숲을 볼 수 없다.”


“그 답변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아 한동안 멍하니 있었어요. 저 역시 국내 언론계라는 숲속에 머물면서 과연 숲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죠. 그때 숲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다면 숲 밖은 어디인지 생각해봤습니다.”


이샘물 기자가 UC버클리 저널리즘스쿨 재원 당시 카메라를 들고 현장 취재를 하던 모습. /이샘물 기자 제공

실리콘밸리라는 결론을 먼저 내린 뒤, UC버클리 저널리즘스쿨을 발견했다. 이 기자는 지원서를 내고 입학 허가를 받은 뒤 회사에 보고했다. 어떤 교육과정이고 돌아와서 어떻게 회사에 기여하고 싶은지 설명했다. 결국, 2017년 무급휴직 2년을 받아 자비로 유학길에 올랐다.


UC버클리 저널리즘스쿨은 실무 과정 중심이다. 석사 과정이지만 연구 대신 취재와 제작을 하며 현장에서 쓰이는 것만 가르친다. 모든 커리큘럼은 커리어 발전을 위한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수진도 100% 현장 기자 출신이며 대부분 현업을 겸하고 있다.


수업시간은 편집국 회의와 비슷하고, 실제로 학생들은 ‘과제’가 아닌 ‘보도’를 위해 기사를 써야 한다. 모든 것은 ‘발간 가능한’ 수준이 돼야만 통과된다. 힘들게 성사시킨 인터뷰라도 사진 초점이 안 맞거나 주변 소음이 녹음되면 다시 해야 한다. 그곳에선 모두 “학계가 아니라 산업계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애쓴다. “제가 어떤 전과자를 취재했는데 공문서를 통해 전과를 검증하라더군요. 어떤 친구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취재를 하는데, 교수가 주지사의 해명을 들으라는 거예요. 그 친구도 당연하다는 듯이 알겠다고 하고요. 아마 기자 경험이 있어서 그랬지 않을까요.”


2년 동안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을 공부하며 비주얼저널리즘, 동영상 촬영과 편집, 코딩까지 배우고 2019년 돌아온 이 기자는 편집국이 아닌 경영전략실 소속으로 발령받았다. 배운 걸 활용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던 그는 PPT를 만들어서 누가 물어보면 보여주곤 했다. 그러던 차에 히어로콘텐츠팀에 합류하면서 이 기자는 물을 만났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사례를 공유하며 팀원들과 영감을 나눴고, 디지털 시안을 제작해 디자이너나 개발자 등과 소통을 담당했다. 그 결과물인 ‘증발’ 시리즈는 사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성공을 거뒀다.


지난달엔 저널리즘스쿨에서 배운 글쓰기 기법 등을 토대로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을 펴냈다. 대학 은사이자 유학 시절 힘이 되어준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함께 쓴 책이다. 언론이라는 숲 밖에서 배웠던 지식과 경험들을 동료 기자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개인적으로 ‘업의 본질’이라는 문구를 좋아해요. 취재 보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하느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있을 때 자신이 하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할 것을 요구받았어요. 용어 하나를 두고 두 시간 넘게 토론한 적도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의 책임이 그만큼 무겁기 때문에, 답은 없더라도 진지하게, 여러 가지 고민을 담아서 고품질, 양질의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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