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표방하며 출범했던 ABC제도… 19년 후 불거진 '부수 조작 의혹'

[저널리즘 타임머신] (54) 기자협회보 2002년 3월 6일자

“신문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발행부수를 공개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광고거래가 이루어지기 바란다.”

2002년 2월27일 당시 민병준 광고주협회 회장은 정기총회에서 올해를 신문부수공사 정착의 해로 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ABC제도 참여사와 비참여사를 ‘차별’하는 조치를 취해 “지금까지의 ‘나눠주기 식’ 광고 집행을 배제하고 정확한 데이터에 의해 광고 집행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광고주협회가 밝힌 방침은 △신문·잡지 발행부수는 자체 자료가 아닌 ABC협회 공사 결과만을 공식 자료로 인정하고 △부수 공사를 받는 신문에 광고를 우선 집행할 것이며 △광고주가 신뢰할 수 있는 부수를 바탕으로 한 광고 단가만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기자협회보는 3월6일자 1면 톱기사를 통해 이 내용을 전하며 “부수에 따른 광고의 차등 배분이라는 문제에 앞서, 부수공사 참여를 광고영업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이기 때문에 광고주협회의 이 같은 방침은 신문사들의 부수공사 참여 문제를 당면 현안으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당시 ABC협회 회원사로 등록돼 있는 곳은 서울 지역 10개 종합지를 비롯해 37개사였지만 실제 부수공사를 받아온 곳은 조선일보와 일요신문 2개사 정도였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당해 공사를 받을 예정이었고 매일경제, 스포츠조선 등이 발행사 부수 보고서 제출을 검토 중인 상황이었다.

약 19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ABC협회 홈페이지의 회원현황에 따르면 신문 946개사를 비롯해 잡지, 전문지, 기타광고매체 등을 포함, 총 1525개사가 현재 ABC협회의 부수 인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ABC협회가 회원사들의 부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신문지국을 현장 조사하면서 ABC제도의 투명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디어오늘 등에 따르면 문체부는 부수공사가 허위일 경우 “부수공사 절차 전면개선을 권고하고 협회가 이에 불응 시 부수공사자료의 정책적 활용 중단, 정부광고법·지역신문법 등 개정”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혀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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