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1일은 만우절이다.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거나 헛걸음을 시키는 날이다. 서양에서 유래해서인지, 해외 유명 언론에선 황당한 만우절 특집 기사를 게재하기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8년에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스위스 국제방송이 만우절을 맞아 거짓 기사를 만들었다. 가디언은 당시 프랑스 영부인이었던 카를라 브루니 여사가 영국인의 패션 자문역으로 등용됐다는 기사를, 스위스 국제방송은 명작 동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실존 모델이 스위스의 루에탈이란 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는 만우절 기사를 썼다.
문제는 중앙일보와 연합뉴스가 이 만우절 기사를 그대로 받아썼다는 점이다. 연합뉴스는 만우절 다음날인 4월2일 스위스 국제방송을 인용해 기사를 쓰고 가디언의 기사도 그대로 게재했다가 기사들을 홈페이지에서 내리고 사과문을 냈다. 중앙일보 역시 가디언의 기사를 받아썼다가 4월3일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연합뉴스는 “경위를 불문하고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회원사와 독자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외신 보도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정확한 기사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기자협회보는 우리 언론의 ‘외신 맹신주의’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고 비판했다. 외신에 대한 맹신과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 속보주의가 맞물려 오보가 양산됐다는 것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사에서 “언론이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크로스체크를 해야 하는데 최소한의 검증 절차도 거치지 못하면서 사과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교훈에도 불구하고 만우절마다 오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연예인이 SNS에 올린 거짓 코로나 확진 정보를 수많은 언론사가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써 기사를 삭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만우절 거짓정보를 팩트체크해 기사로 쓰는 언론사들도 있지만 언론의 사실 확인 검증은 아직도 부족한 듯하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