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직장인들에게는 어느 때 보다 ‘일’과 ‘직장’이 화두다. 지난해 우리는 누구나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금융위기 때처럼 자산이 폭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등바등 열심히 일했는데 가만히 있었다는 이유로 맨 뒷줄로 밀려나버린 자산 급등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막 직장에 입사한 젊은 세대라면, 게다가 물려받을 것 한 푼 없는 ‘흙수저’라면 나의 성장을 보장해주지 않는 일터와 통장을 스치는 근로 소득을 바라보는 눈이 복잡하기만 하다.
유튜브 채널 ‘이과장’이 내놓은 웹드라마 ‘좋좋소’의 인기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취업준비생 조충범씨가 입사한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의 일상을 다룬 이 드라마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하이퍼리얼리즘으로 통한다. 근로계약서를 묻는 신입에게 “아이, 그런 건 믿음으로 가는 거지”라고 답하는 대표, 사장을 삼촌이라 부르는, ‘백두혈통’의 이사, 퇴근 10분 전 열리는 회의 등 매 장면이 중소기업뿐 아니라 후진적 기업문화를 가진 대기업 사무실까지 빼닮았기 때문이란다. 점심 식사 후 태연히 담배심부름까지 시키는 사장님의 카드를 받아 결국 줄행랑을 치는 조충범의 모습에 MZ세대는 댓글로 외친다. “누군가 한국의 저출산과 자살률을 묻는다면 유튜브를 켜 이 영상을 보게 하라!”
경영진을 향해 감히 전체 메일로 성과급의 산정 기준 공개와 공정 분배를 요구하는 이들,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공기업도 그만두는 이들,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고 충성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부업으로 ‘N잡’을 모색하며 영화 ‘해리포터’속 캐릭터 도비처럼 자유를 꿈꾸는 이들. 이 MZ세대를 향해 정승네트워크 정 대표처럼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라고 외치고 싶은가. 그렇다면 모빌스그룹이 올해 노동절을 맞아 출간한 책 ‘프리워커스’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모빌스그룹은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브랜드의 시작과 고민, 실패,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는 과정을 유튜브에 있는 그대로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천천히 자기만의 일을 한다’는 의미의 ‘As slow as possible’,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두 나띵 클럽(Do nothing club)’ 등 이들이 내건 슬로건은 이들의 팬덤을 지칭하는 MZ세대 ‘모쨍이’들의 지지를 얻었다. 모빌스그룹은 “일하는 형식이나 위치에 상관없이 내가 내 일의 주인이면 프리 워커”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일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가 가볍고 무책임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모빌스그룹이 책을 쓰며 던진 여러 질문들은 좋아하는 일,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하는 MZ 세대의 직업 철학과 맞닿아있다. 기업들은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낮은 연차의 직원들로 구성된 ‘주니어 보드’를 만들고 CEO와 타운홀 미팅도 연다. 하지만 사보 사진에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로는 결코 이들의 질문에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의 질문은 회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진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묻는다.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나? 어떤 태도로 일할 것인가? 우리의 일은 팬을 모을 수 있는가? 궁극적으로 어떤 팀을 지향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