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측면에서 협상에 임하겠지만 호반이 원하는 대로 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 5일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이호정<사진>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장의 임기는 3개월 남짓이다. 이 기간 내에 그는 호반건설과의 협상, 4개월 가까이 미뤄진 신임 사장 선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당선 직후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라고 소감을 밝힌 이유다. 이 조합장은 지난 3~5일 치러진 제13기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장 선거에서 51.7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 조합장은 취임하자마자 호반에 ‘협상 개시를 위한 만남’을 제안하고 기획재정부, 호반건설, KBS 등 서울신문 주주들에게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구성 촉구’ 공문을 발송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달 7일 호반은 우리사주조합 지분 29%를 300억원에 매입하고, 구성원에게 특별위로금 21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우리사주조합 투표에서 ‘호반건설의 우리사주조합 지분 인수 제안에 대한 협상 착수 동의 건’이 56.07% 찬성률로 통과돼 호반이 서울신문의 새로운 사주가 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그는 사주조합장 출마의 변에서 “호반과의 협상은 정교하게 하되 질질 끌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발언의 속내를 물었다.
“협상에서 빨리 도장을 찍겠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고, 그들과 우리의 간극을 해소할 수 있을지, 없을지 종결을 빨리 한다는 거죠. 호반은 인수 금액, 편집권 독립, 고용안정 약속 등 구체적인 인수 조건을 제시했지만, 대다수 구성원은 제시한 조건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서울신문 자산 가치와 미래 가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산정한 인수 가격과 호반이 제시한 약속을 담보할 법적 장치 등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협상 결과물이 나온다고 해도 조합원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합원 44%가 호반과의 협상 착수를 반대한 투표 결과에서 보듯 내부 여론은 둘로 갈라져 있다. 그가 “‘얻을 건 얻고 지킬 건 지키자’는 주장과 ‘우리가 주체적으로 회사를 끌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반으로 나뉘어 있다”고 회사 내부 상황을 설명한 까닭이다.
그는 “앞으로 협상에서 인수 조건과 고용안정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면서 “주식값은 올리지 않고 보상금을 올리겠다고 공약한 것도 그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 조합장은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서두르겠다고 했다. 서울신문 주주들에게 사추위 구성을 제안했고, 사주조합 후보는 직선으로 선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사추위 구성이나 선발 방식, 일정 등과 관련해 대화를 시작한 단계”라면서 “처음으로 우리사주조합에서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사장 후보를 낸다는 점에서 이번 직선제의 의미는 크다”고 했다.
호반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소유구조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새 사장을 뽑는 게 의미가 있냐는 지적에 대해선 “경영안정도 조직에서 중요하고, 협상 결렬에 대비해서도 사추위를 계속 미룰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