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강원도 원주에서 20대 남성들이 청소년들을 협박해 성 착취를 일삼고 있다는 보도를 내기까지 조기현·윤수진·김민수 G1강원민방 기자에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기자들이 피해 학생 가족의 제보를 접한 건 지난해 9월.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 전혀 특정되지 않은 상황, 심지어 피해 학생은 가족이 알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된 취재였다. 보복을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을 어렵게 찾아 설득하고, 죄책감을 느낀 조직의 일원에게 자백을 받아냈다. 그렇게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 보도를 하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기자들은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를 통해 가해자들이 피해 학생들에게 술을 먹이고, 자동차에 태워 ‘문콕’을 유도해 성매매를 강요한 범죄의 실상을 알렸다.
제보자가 처음부터 강원민방 보도국을 찾아왔던 건 아니었다. 제보에 앞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구체적 증거를 가져오지 않으면 수사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고, 속앓이를 하던 제보자는 기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수사도 착수하지 않은 사건, 처음엔 누구나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지만 기자들은 피해 가족의 진정 어린 호소에 귀를 기울였다.
“제보자의 말을 토대로 아이들을 역으로 쫓아 만나보고 얘기를 들어봤어요. ‘도와달라, 이 사람들 꼭 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한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취재를 끌고 올 수 있었던 게. 아이들이 기댈 곳이 마땅치 않았거든요. 자기들도 범죄에 가담했다는 생각에 경찰이나 어른들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어요. 그나마 자기들 얘기를 들어주고, 물어주는 기자들한테 도움을 청했던 거죠.”(윤수진 기자)
기자들에게 보도보다 중요한 건 피해자의 안전이었다. 피해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보도를 하고 싶진 않았다. 보도에서 음성 대역을 쓴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였다. 기존 방송에서 많이 쓰는 음성 변조를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말투, 자주 쓰는 단어로 충분히 특정될 수 있다고 봤다.
보도와 동시에 가해자를 검거하고, 신속하게 피해자들과 분리시키는 것도 우선돼야 할 목적이었다. 취재 과정 중 취재팀이 강원 경찰청에 제안해 TF를 꾸린 이유다. “특종이라며 무조건 보도할 수 있는 성격의 내용은 아니었다고 판단했어요. 학생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경찰에 찾아가 ‘이런 일이 있다, 적극적으로 수사할 의향이 있냐, 무조건 해야 된다’고 얘기를 했어요. 취재팀이 만난 피해 학생은 바로 경찰이 신변 보호하는 식으로 취재가 진행된 거죠.”(조기현 기자)
윤수진 기자는 이번 취재가 자신에게 있는 선입견을 깨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만나본 아이들은 여느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천진한 중고등학생 아이들이었다. 질 나쁜 아이들이라서 나쁜 길에 빠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는 것에 반성을 했다”며 “가정 밖 청소년같이 특정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누군가의 딸, 여동생, 친구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심각한 범죄였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범죄 실태를 알리는 보도 이후에도 피해 청소년 부모에게 수사 내용을 알리도록 하는 ‘보호자 수사 고지 의무제’ 규정으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할 수 없는 문제, 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무인텔 문제 등 성 착취 범죄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도 보도했다.
기자들은 가해자들에 대한 일벌백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기현 기자는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부모님이 알게 되는 것”이라며 “보도 이후 청소년 성범죄에 한해서는 부모가 아닌 피해자가 지정한 법정 대리인에게 알리게 하는 논의를 정부 당국에서 하고 있다. 관련 규정 개선을 계기로 피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고 가해자들이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