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가 글만 써야 하나?’ 2018년 산업부에 배치된 변종국<사진> 동아일보 기자는 종종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술자리서 나온 취재 뒷얘기들은 정말 재밌는데 기사로 쓰기엔 너무 가벼웠던 탓이다. 유튜브로 재밌게 풀면 되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 우연찮게 기회의 창이 열렸다. 회사에서 크리에이터 선발대회가 열린 것이다. 변 기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내 크리에이터로 뽑혔고 약 3개월간의 준비 끝에 2019년 9월, 항공·여행 전문 유튜브 채널인 ‘떴다떴다변비행(변비행)’을 개설했다. 변 기자는 “직전 2년간 채널A에 파견을 가 있었는데 그 경험 덕분에 자신감이 있었다”며 “카메라에 거부감도 없었고 성격상 방송도 맞았다. 신문도 방송도 하는 일인다역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변비행 채널에서 그는 항공과 관련한 거의 모든 정보들을 다뤘다. ‘인천국제공항의 꿀잠 플레이스’나 ‘비행공포증에 관한 오해와 진실’ 같은 흥미로운 주제부터 ‘이스타항공 매각 사태’ ‘한진칼 경영권 분쟁’ 등 항공업계 핵심 뉴스들을 알기 쉽게 영상으로 풀었다. ‘실제 항공사 면접관이 알려주는 면접 팁’ 같이 예비 승무원들을 위한 취업 준비 콘텐츠도 제작했다. 변 기자는 “사실 채널을 만들게 된 계기 아닌 계기가 예비 승무원들 때문이었다”며 “승무원 학원은 너무 비싼데 막상 항공사 임원들을 만나면 학원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배운 탓에 사람을 못 뽑겠다고 하신다. 취준생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잘못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닌가, 안타까운 마음에 제작 초기 취업 콘텐츠를 많이 올렸다”고 말했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항공업계 취업시장에 한파가 부는 탓에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진 않지만 이 시기 유입된 독자들 중 일부는 지금까지 변비행을 구독하며 그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구독자 수도 꾸준히 늘어 어느덧 1만8000명을 넘어섰다. 변 기자는 “공항에 취재를 가면 신기하게 꼭 한 분씩은 저를 알아본다”며 “저번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에 간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인사를 하셨다. 우리 채널 독자가 100명대인 시절부터 구독자였다면서 우리 영상을 보며 정비사 공부를 하고 정비사가 됐다고 하시더라. 이런 분 외에도 많은 항공 ‘덕후(한 분야에 깊이 빠진 사람)’들이 저희 채널에 오셔서 비판도 해주고 아이템도 제안해준다”고 말했다.
회사 동료들의 배려 역시 그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기자 업무를 등한시하는 게 싫어 최대한 점심시간이나 대휴 등을 활용해 영상을 제작하고 있지만, 도움이 필요할 땐 팀원들이 그를 배려해준다고 변 기자는 말했다.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주는 PD 2명도 그를 도와 함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변 기자는 “디지털뉴스를 총괄하는 김아연 기자도 변비행 채널과 회사 간 업무를 조율하며 디렉터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덕분에 매주 영상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지난 2년간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채널을 계기로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항공 전문기자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궁금했다. 예상 외로 변 기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채널 초기부터 지금까지 항공 전문기자가 아니라 항공 출입기자라고 소개하고 있다”며 “‘내가 덕후가 될 거야’하고 덕후가 되는 게 아니라, 하다 보니 덕후가 되지 않나. 저 역시 항공 전문기자를 꿈꿔서 이 길로 들어섰다기보다 하다 보니 재밌어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디지털에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2018년 9월부터 1년간 동아닷컴에서 ‘변종국의 슬기로운 아빠생활’을 연재한 것처럼, 다른 부서를 가더라도 신문기사와는 다른 방식의 콘텐츠를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변 기자는 “디지털은 신문기사 외에 취재한 정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공간”이라며 “블로그든 유튜브든 또 다른 플랫폼이 있다는 것이 저에겐 큰 자산”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