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글즈, 러브&조이, 스트레인저, 체인지데이즈, 환승연애.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유행에 너무 뒤떨어진 사람일지 모른다. 올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연애 프로그램들이기 때문이다. 로맨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 프로그램들은 기본적으로 ‘연애’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다. 극사실주의 연애 프로그램 ‘나는 SOLO’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솔로에선 결혼을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짝’을 연출한 남규홍 PD가 기획해서 그런지 다른 연애 프로보다 좀 더 노골적으로 출연진들을 관찰하고, 결혼을 전제로 하는 만큼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박미선 이투데이 기자도 그 중 한명이었다. “원래 연애 프로를 좋아해서 ‘솔로일 때 나가면 재밌겠다’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그러다 올해 초에 소개팅을 열심히 했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고 헛헛한 감정이 들었거든요. 부질없다 생각하다가 출연자 모집 공지를 보게 됐고, 누워 있다 후다닥 메일을 써서 보냈죠. 작가님께 바로 연락이 와서 당황했는데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아서 미팅도 잘 하고 왔고, 일주일도 안 돼 ‘촬영날짜가 잡혔다’ 연락을 받아서 나가게 됐어요.”
출연 신청을 한 게 5월이었고, 촬영 날이 6월 중순이었으니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듯 일이 진척됐다. 촬영은 5박6일간 거제도에서 진행됐다. 박 기자는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영자’라는 가명으로 불렸지만 이름 외엔 모든 것을 솔직하게 공개했다. 차 안 적적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TMI(Too Much Information)를 방출하는가 하면, 불편한 심기까지 가감 없이 드러냈다. 매번의 선택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며 울고 웃기도 했다.
“저도 이미지를 구축해야지, 생각했는데 성격상 너무 몰입해서 카메라가 안 보였어요. 울었던 날이 제일 기억나는데, 한 번 울면 잘 안 멈춰지는 스타일이거든요. 방송인데, 다 찍힐 텐데, 동료들 보면 어떡하지, 제발 안 찍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면서도 감정 주체가 안 돼 꺼이꺼이 울었어요. 눈물의 원천은 나이를 먹으면서 정말 좋은 사람 만나는 게 어렵다고 느낄 찰나에 스친 막막함, 두려움, 애잔함 같은 여러 감정들이었던 것 같아요. 상대방에 대한 호감의 크기에 상관없이 똑같은 이유로 또 이별을 한 느낌이 들어서 그랬는데, 방송에는 섬세하게 그려지진 않았다고 봐요.”
지난 6일 종료된 시즌 2에서 박 기자는 결국 인연을 찾지 못했다. 다만 최종선택을 받지 못했음에도 마음이 가는 상대방을 선택하며 패널들에게 “멋지다”는 찬사를 받았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기우는 쪽으로 선택을 하고 나가는 게, 성숙해지고 싶은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는 그의 말에 시청자들도 큰 응원을 보냈다.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머리 굴리다가 뒤탈 나느니 정면 돌파하자는 게 제 소신인데, 누군가의 인생에 아주 작은 울림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뜻 깊었어요.”
그의 출연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기쁨이었다. 박 기자를 놀리는 재미에 더해 방송 후일담까지, 어딜 가나 출연 얘기가 따라다녔다. “똑같은 얘길 몇 번씩 반복하니 사실 지겹기도 한데요. 예전에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도 많이 연락오고 그런 쏠쏠한 재미도 있어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악플이었지만 아마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출연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고 일단 저지르는 성격인데, 솔로인 기간에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