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요즘이야 각종 수시 전형과 입학사정관제 등으로 정시 비율이 20%대로 낮아졌지만 2000년대 초엔 달랐다. 당시엔 정시 비율이 70%대로, 수능의 중요성도 훨씬 컸고 그만큼 수능 관련 보도도 과열 양상이었다. 2002년 11월6일 치러진 2003학년도 수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해 기자협회보는 11월13일자 신문에서 수능 관련 보도를 대대적으로 비판했다. 수능시험을 겉핥기로 평가한 입시전문학원들이 점수예상을 성급하게 내놓았는데, 모든 언론매체가 앞 다투어 이를 보도한 탓에 학생 한 명이 자살을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점수예상은 잘못됐고, 기사 역시 오보가 됐다.
기자협회보는 1면 기사를 통해 “현장 무시, 성적 중심의 보도 관행, 언론사간 경쟁이 결국 수능시험 대형 오보를 낳았다”며 “특히 이번 수능의 경우 언론의 과열경쟁과 혼란을 막기 위해 공신력 있는 평가원에서 시험 다음날 가채점 결과를 발표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도 언론은 부정확한 사설 입시학원들의 분석 결과를 맹목적으로 보도하며 속보 경쟁을 벌임으로써 대형 오보를 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기자협회보는 사설인 ‘우리의 주장’에서도 “결과적으로 대다수 신문 방송은 집단오보를 저질렀고 꽃다운 생명은 돌이킬 수 없었다”며 “매체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경박함과 설익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깊이 자성한다”고 반성했다.
수능 보도가 대형 오보로 판명나면서 교육부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자성의 움직임도 일어났다. ‘수능 바로 다음날 평균 점수를 예측해서 보도하는 것을 지양하자’며 이를 교육부 기자단 보도강령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잔 의견이 나온 것이다.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수능 오보와 관련해 각각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도 기자칼럼을 통해 오보를 사과했다. 여현호 당시 한겨레 민권사회1부 기자는 ‘취재파일’에서 “무엇보다 언론이 점쟁이처럼 점수를 미리 맞추겠다고 덤빈 것이 잘못”이라며 “이를 반성한다”고 썼다.
수능의 중요성이 예전 같진 않지만 누군가에겐 아직도 중요한 시험일 터. 그러나 입시전문학원들의 과목별 등급과 표준점수를 보도하는 기사는 여전히 존재해 아쉽기만 하다. 자잘한 오보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수능 보도는 아무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