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SBS 올해 1000억대 흑자… 비결은?

[KBS도 수백억대 흑자 예상]
제작비 등 비용 줄고 수익은 늘어
시청률 오르며 광고매출도 급상승

글로벌 OTT의 공세에 밀려 위축되는 듯하던 방송가에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TV조선은 트로트 시리즈에 이어 ‘내일은 국민가수’까지 히트시키며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고, 채널A는 ‘강철부대’ 등의 성공에 힘입어 개국 10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수년간 침체를 면치 못하던 지상파방송은 코로나19라는 악재를 호재로 바꾸며 유례없는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지상파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었다. 2011년 2조3754억원이었던 지상파의 광고매출은 2020년 1조13억원으로 반 이상이 날아갔고, 광고 시장 점유율도 63.6%에서 36.9%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 등의 영향으로 광고매출이 전년 대비 약 9%나 감소했다.


그런데 1년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지상파가 올해 유례없는 흑자 행진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MBC와 SBS는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훌쩍 넘었고, KBS도 올해 수백억대 흑자가 예상되면서 지난해 동결했던 임금을 2.4%(총액 기준, 연차수당 조정분 반영 시 평균 1.4%) 인상했다.


SBS는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464억원(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449억원)의 3배가 넘는다. 연말까지 SBS 자체 영업이익은 17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연결 기준 SBS 올해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BC도 분위기가 좋다. 올 9월까지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75억원 증가한 5547억원, 영업이익은 1007억원 증가한 939억원을 기록했으며, 10월 기준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넘었다. 2017년부터 3년간 2700억원이 넘는 합산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40억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MBC가 1년도 안 돼 25배의 성장을 일군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은 줄고 수익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우선 방송사의 영업비용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제작비가 줄었다. SBS의 경우 제작비는 2019년 이후 줄어드는 추세인데, 2020년 3분기 기준 4088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4016억원으로 감소했다. MBC도 올 3분기까지 영업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32억원 감소했고, 특히 직접 제작비가 307억원 줄었다. 제작비 효율화를 위해 드라마 편수를 줄인 영향 등이 컸다. SBS는 2019년 말 ‘시크릿 부티크’ 이후로 수목드라마를 잠정 폐지한 상태고, MBC도 2019년부터 드라마 제작 편수를 대폭 줄여 12월 현재 일일드라마와 금토드라마 단 두 작품만 방송 중이다.


반면 수익은 크게 늘었다. SBS의 광고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676억원, 사업수익은 758억원이 증가했다. MBC 역시 같은 기간 광고협찬 수익이 501억원 증가했고, 해외 OTT와 유튜브 수익도 121억원이 늘었다. KBS와 MBC 등 지상파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실적 또한 지난해 6282억원에서 올해 약 72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광고매출이 많이 늘어난 데에는 지상파의 시청률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닐슨코리아의 전국 가구 시청률 집계에 따르면 올해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은 지난해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종합편성채널은 5.9%가, 케이블 채널은 9.0%가 감소했다. 여기엔 도쿄올림픽 중계방송 등이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짐작된다.


주요 광고주들의 광고비 집행도 늘었다. 코바코에 따르면 올해 1~11월 상위 5대 광고주의 광고비 집행액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4%가 늘었다. ‘코로나19 수혜업종’으로 불리는 컴퓨터 및 가전제품과 가정용품, 식품 업종 등의 광고비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방송 매체 광고비 집행이 확대됐는데, 제일기획이 2019~2021년 1~5월 매체별 광고비 성장률을 분석해 보니 지상파가 2020년 대비 31%나 늘었고, 케이블이 19%, 종편이 1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혜미 제일기획 프로는 격월간 광고계 동향 ‘AD-Z’(7·8월호)에서 상반기 광고 시장을 결산하며 “코로나 뉴노멀이라는 비대면 재택 라이프 스타일이 정착되면서 주요 광고 관계자들이 가정 내 주요 매체인 TV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광고비 증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팬데믹 이전인 19년과 비교해도 25%의 성장을 보인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일시적 반등이 아닌, 수년간 지속된 하락세의 기류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 혼자 산다’, ‘놀면 뭐하니’ 등 예능에서 꾸준히 강세인 MBC와 ‘펜트하우스’, ‘원더우먼’ 등 잇따라 드라마 히트작을 내놓은 SBS. 콘텐츠 경쟁력과 채널 경쟁력을 회복한 지상파는 중간광고 허용과 방송 광고 총량제 확대 등에 힘입어 광고 효율을 끌어올리고 광고 단가도 높이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내년에는 두 번의 전국단위 선거 외에 동계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대형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이런 호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단, 여전히 코로나19가 변수다. 코로나19 변이 확산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여파에 따라 2021년 방송광고 시장의 성장이 ‘깜짝’ 반등으로 끝날지, 재도약의 전환점이 될지가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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