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냐가 또 온다" 2년째 추운 겨울?

[이슈 인사이드 | 기후] 신방실 KBS 재난미디어센터 기상전문기자

신방실 KBS 재난미디어센터 기상전문기자

지난가을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사이트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지난겨울(2020년 12월~2021년 2월)도 ‘라니냐’였던 것 같은데 또 ‘라니냐’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분명 중립상태로 돌아갔는데, 2년 연속 라니냐가 찾아온 적이 있었나?


라니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적도 부근 무역풍이 강해지는 것이 원인으로, 이 시기 남미 페루 부근 바다에는 차가운 물이 용승하며 표층 수온을 끌어내린다. 페루 근처 해역은 평소 한류가 지배적인 곳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무렵 갑자기 난류가 밀려오는 바람에 풍부하던 물고기가 자취를 감추고 어부들은 조업을 나가지 않고 쉬었다고 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찾아오는 엘니뇨에는 ‘아기예수’ ‘남자 아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엘니뇨와 정 반대 현상인 라니냐는 ‘여자 아이’를 뜻한다. 라니냐의 기상학적 정의는 ‘열대 감시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될 때’다. NOAA는 올겨울 라니냐 발생 확률이 90%, 내년 봄까지 이어질 확률은 50%로 예측했다. 사실상 라니냐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왜 2년 연속 라니냐가 찾아온 걸까. 페루의 어부들은 크리스마스에도 쉬지 못하고 2년째 바다에 나가야 할까. NOAA는 수온이 내려가는 추이가 ‘W자’와 닮았다며 ‘더블딥’(Double Dip) 라니냐라는 이름을 붙이고 “하나 사면 하나 더 드려요”(Buy One, Get One Free)라고 재치있게 표현했다.


일단 ‘더블딥’ 라니냐는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다. 보통 라니냐의 지속 시기는 엘니뇨보다 길고 통계적으로도 전체의 절반 정도는 2년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라니냐로 우리 주변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일단 북미와 남미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미국 남부와 페루 부근에는 가뭄이, 미국 북부는 혹한이 찾아올 수 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뜨거운 바닷물이 몰려드는 서쪽지역에는 비가 많이 오고 습한 날씨가 이어진다. 그 결과 기상이변은 물론 곡식 수확량과 어획량, 에너지 가격 등 우리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하면서 초겨울 기습 한파와 눈이 잦은 특징을 보인다.


다행히 이번 라니냐는 지난겨울만큼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니냐 첫 해였던 지난겨울은 기록적으로 추웠다. 올 1월8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2001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 기후위기로 2000년대 이후 겨울이 온난해지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반전’을 맞은 셈이다.


만약 이번 겨울도 라니냐의 입김이 강하게 이어진다면 남은 12월과 1월은 추울 확률이 높다. 물론 한반도의 겨울 날씨에는 라니냐뿐만 아니라 북극의 얼음이나 유라시아에 쌓인 눈의 면적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기상청 장기 전망에 따르면 1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1월은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인데 평년 기온을 밑돈다면 말 그대로 ‘살을 에는’ 추위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2월에도 평년 수준의 기온 분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라니냐 2년차인 이번 겨울은 부디 너무 춥지도 말고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