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고 싸우는 이들을 기록하는 진보적 장애인언론’. 비마이너(Be Minor)를 소개하는 이 한 줄 문장엔 20년 넘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역사가 켜켜이 담겨 있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용 리프트를 탄 장애인 노부부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불붙은 이동권 투쟁은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투쟁으로 확장됐다. 그 많은 싸움의 현장엔 비마이너가 함께 있었다. 목격자로, 기록자로, 때론 같이 싸우는 동지로.
천덕꾸러기 대접받던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와 그들의 투쟁은 2010년 비마이너가 등장하면서야 제대로, 또렷이 기록되기 시작했다. “2006년 중증 장애인들이 활동보조 제도화를 요구하며 한강대교를 막고 6시간 동안 아스팔트 바닥을 기었던 일이 구전(口傳)으로 내려와요. 그때 우리가 어떻게 싸웠나 주류 언론을 찾아보면 없어요. 당시 투쟁이 전국적으로 불붙으며 중앙 정부의 활동보조 제도화를 끌어냈는데, 기록이 안 되니 기억이 안 돼요. 중증 장애인의 자립에 필수적인 제도를 국가가 시혜적으로 준 게 아니라 장애인 자신들이 싸워 권리로서 쟁취해낸 건데 기록되지 않음으로써 존재하지 않는 게 된 거죠. 그런 고민에서 2010년 비마이너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21년 동안 싸웠던 역사의 절반에 비마이너가 남아 있고, 기록됨으로써 우리 싸움이 증명되고 있다, 이것이 비마이너의 가장 큰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비마이너는 현장에서 태어났다. 따라서 “억압받았던 사람이 싸우는 사람이 되어 저항하는 현장”이 곧 그들의 일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빈곤사회연대, 아스팔트 바닥. 비마이너의 출입처는 이런 곳들이다. “(주류 언론) 기자들이 없는 현장에 많이 가죠. 기자가 3명이다 보니 가야 할 현장이 많을 때면 우선순위를 기자들이 제일 안 갈 것 같은 현장으로 정해요. 기자들이 없는 현장에 가는 건 싸우는 사람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해서입니다.”
살면서 장애인을 만나본 적 없던, 그저 집회 나가는 걸 좋아했을 뿐인 ‘연극인 지망생 강혜민’은 10년 전 우연한 기회로 비마이너 기자가 됐고, 4년 전엔 편집장이 됐다. 늘 “다음 달이면 그만둬야지” 했던 그를 눌러앉힌 건 그간 목격한 많은 죽음에 대한 부채감과 “무엇 보다 싸우니까 변하는 게 너무 신기해서”였다. 될 때까지 싸웠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그래서 전장연의 투쟁을 기우제라고 한단다. 전장연의 박경석 대표는 비마이너의 창간 멤버이자 발행인이었다.
그런 전장연의 싸움이 최근 새삼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4일 재개한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에 연달아 글을 올리면서다. 그의 말이 연일 따옴표 쳐 보도되면서 잘못된 사실도 퍼졌고, 장애인의 교육·노동권 등과 직결되는 이동권 요구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라는 납작한 구호로 남았다. 강 편집장은 “이준석 대표가 말로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데 기사 제목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는 기자의 몫이 아닌가”라며 “그대로 옮긴 기사는 수십 건이고 비마이너 기사는 단 하나인데, 사람들이 어떤 기사를 볼까. 그런 기사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혐오 수위는 우려할 만큼 높아졌지만, 한편으론 전장연에 대한 응원과 지지도 많아졌다. 덩달아 비마이너에 관한 관심도 늘었다. 한 달 평균 20명꼴로 늘어나던 정기후원이 3월엔 조금 더 많아졌고, 일시후원도 평소 10건 정도에서 최고 5배까지 늘었다. 후원금이 전체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살림엔 큰 보탬이다. 강 편집장은 “혐오세력들이 정치세력화되어가는 상황에서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써 후원해주고 SNS에 의견을 표출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너무 힘이 된다”고 했다.
“장애 운동이 나의 운동이라 생각한다”는 그에게 4월20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주류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주류 언론 기자들이 정부 기관만이 아니라 운동 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주요 출입처로 삼아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라며 “언론이 비마이너를 인용(보도)하는 게 아니라 그 현장에 직접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자들이 장애나 빈곤 이슈에 대해 하는 질문들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아요. 공부해야 하는 이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요즘 장애 관련 좋은 책도 많거든요. 공부하면서 취재해주면 주류 언론이 가진 취재력이 있는 만큼 굉장히 멋진 기사를 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