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10년과 한반도, 그리고 앞으로 10년

[이슈 인사이드 | 통일] 장용훈 연합뉴스 한반도콘텐츠 기획부장

장용훈 연합뉴스 한반도콘텐츠 기획부장

북한의 2022년 4월이 흥성거린다. 평양에 8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등 송화거리 공사가 마무리되고 과거 김일성 주석이 살던 ‘5호댁 관저’가 있던 자리에는 고급 빌라가 들어섰다. 또 김정은 체제에서는 오랜만에 ‘하루낮 하루밤’이라는 영화가 제작돼 전국개봉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또 16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했다.


사실 북한의 4월은 늘 축제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이 더해지며 여느 때보다 화려해 보이려고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 급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2012년 4월 노동당 제1비서라는 직함으로 공직을 승계하면서 김정은 정권은 시작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20대 중후반의 어린 나이였다.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으며 안팎으로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안으로는 고모부인 장성택을 비롯해 권력을 위협할 수 있을 아버지의 사람들을 제거해나가며 노동당 중심의 통치 체제를 다졌다. 밖으로는 잇단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이어가며 제재를 무릅쓰고 이른바 ‘핵억제력’을 강화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을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하고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2017년 12월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외교섭에 나섰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쪽과 관계를 풀더니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 교섭의 출발은 남한과 했지만, 김 위원장이 염두에 둔 종착점은 미국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2019년 김 위원장은 ‘제재 완화와 새로운 미래’를 향한 부푼 꿈을 안고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두번째 북미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노딜로 마무리됐다. 그 후 북한은 밖으로 향하는 모든 문을 꽁꽁 걸어 잠갔다. 김 위원장은 북한사회를 개방해 외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폐쇄하고 자력갱생의 길을 선택하는 모양새다. 내부적으로도 시장의 자율성보다는 계획적 통제로 돌아서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북한은 다시 억제력을 선택했고 ICBM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통해 더 나아진 핵탄두를 선보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반도는 다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바마-트럼프-바이든으로 이어지는 정권의 교체에도 굴기로 나아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며 미중경쟁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 중심의 대러제재가 가동되고 있다.


미국과 갈등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라는 채찍으로 북한을 길들이려고 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와중에 남쪽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출범한다. 처음부터 굉장히 어려운 숙제를 마주하게 됐다. 아마도 선제타격 가능성을 거론하며 과거처럼 ‘정권붕괴론’이라는 희망적 기대를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숙제 풀기가 더 어려워질지 모르겠다.


다시 눈을 북한으로 돌린다. 김 위원장의 2018년으로의 복귀를 기대한다. 그는 집권 이후 선대 지도자들과 달리 국가와 민생, 민심을 많이 언급해 왔다. 아마도 주민들의 삶을 달라지게 하는 지도자로 남고픈 모양이다. 그러나 핵무기를 향한 질주가 이어지는 한 지도자만을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 고달파질 거다. 남북한과 미국 모두 2018년 판문점선언과 9·19평양선언, 싱가포르 합의로 되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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