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기초자치단체장, 의원과 교육감을 선출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월1일 치러진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이 끝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아 열리고 7석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동시에 치러져 마치 ‘대선 연장전’ 같은 분위기다. 역대 최소인 0.73%P 차이로 당락이 갈린 대선 민심을 반영하듯 이번 지방선거의 사전투표 투표율도 20.62%로 역대 최고였다. 거대 양당이 각각 국정 안정론과 정권 견제론을 내세우며 이번 선거를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정국 주도권 확보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점에서 정치권도 총력전을 폈다.
행정부와 입법부 간 권력이 분점된 대립적 정치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지방선거가 유독 강력하게 중앙정치의 자장 안에서 열리는 점은 불가피한 구석이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지방선거의 본질은 중앙정부에 집중되기 쉬운 권력을 분산시키고 지역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를 지역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보다 기초단체장, 기초의원들이 유권자들의 생활에 밀착되고 정치의 실제적 효용성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방선거는 그런 점에서 언론에 대선이나 총선에서 취급할 수 없었던 지역 밀착형 의제, 지역에서 분투하는 역량있는 정치인을 발굴하고 조명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언론은 과연 그에 걸맞은 역할에 충실했을까. 답은 회의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광역단체장 선거 보도만 쏟아졌다는 점이다. 전국 단위 매체가 지자체 선거를 다루기에는 대상이 너무 많다는 한계는 있다. 그러나 광역선거 보도 편중은 지나치다. 시민단체의 모니터링 결과도 이를 방증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5월16~22일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의 저녁종합뉴스에서 지방선거를 언급한 보도 105건을 분석한 결과 광역단체장·의원을 다룬 보도는 전체의 88%(93건)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기초단체장·의원과 관련한 보도는 9건(8%), 교육감·교육의원을 취급한 보도는 5건(4%)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광역단체장 후보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고 해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양을 다진다는 지방선거 역할에 대한 언론의 몰이해와 무책임에 쓴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도권 중심 보도의 관행도 나아지지 않았다. 정치적 상징성이 강하고 국민 절반 가까이가 거주하고 있다고 해도 언론의 관심은 좀처럼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민언련 집계(5월 2주차)에 따르면 지방선거 중심보도 중 서울·경기·인천 지방선거만 다룬 보도는 59%에 달한 반면 지역중심 보도는 7.5% 밖에 안됐다. 언론 보도만 보면 6월1일에는 마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그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출마한 인천 계양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밖에 열리지 않는 것으로 비추어질 정도다.
물론 희망적인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 중랑구, 전북 전주, 서울 마포구 등에 출마한 전업주부, 축산인, 쿠팡맨, 지역활동가 출신의 기초의원 후보들을 집중적으로 기획보도한 한겨레신문(4월30일자)이나 18세 선거권 획득 문제에 주목해 청소년 선거교육 이슈에 천착한 KBS 지역방송의 보도 등은 생활정치 의미와 선거민주주의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가뭄의 단비’ 같은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정당과 유권자와 언론은 민주주의를 향한 공동운명체이고 선거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관문과도 같다. 언론이 다양한 지역 정책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자질 있는 지역 정치인을 발굴하면 유권자들도 관심을 갖고 지역정치의 수준도 높아진다. 언론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