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손 끝에 달린 'TBS 기능 전환'

[교육방송되려면 방통위 허가 있어야]
서울시장·시의회, 여당 손 안으로
오세훈 시장, TBS 본격 개혁 예고
서울시로부터 재정독립 등이 변수

지난 1일 치러진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4선에 성공하고 서울시의회도 국민의힘이 과반(68%)을 차지하면서 TBS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TBS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선거 기간 오세훈 시장이 TBS의 기능 전환과 교육방송으로의 개편 등을 공언한 게 직접적인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둘러싼 편파성 논란, 재원의 상당 부분을 서울시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 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TBS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재원)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로 국민의힘은 12년 만에 서울시와 시의회 권력을 동시에 거머쥐게 됐다. 수적 우위를 점한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이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는 소리다. 이미 TBS 안팎에선 TBS에 대한 압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기회만 있으면 ‘뉴스공장’의 편파방송을 문제 삼아왔고, 오 시장 측도 선거 기간 TBS를 향해 “요즘 누가 교통안내 방송을 듣냐”거나 “특정 집단을 위한 정치적 선전 도구가 돼 버린 지 오래”라고 비판하며 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TBS 개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은 정말 TBS를 교육방송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일단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사업을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TBS는 ‘교통과 기상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을 허가받은 방송사이며, 2020년 12월 받은 재허가는 2024년 말까지 유효하다. 어렵게 변경 허가를 받는다 해도 라디오를 통한 교육방송 기능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런 한계 때문인지 오세훈 시장도 당선 이후 여러 카드를 두고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교양·직업교육·문화예술 방송으로의 전환을 제안하는 분들이 있다”며 “시의회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산 삭감에 대한 의지만큼은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KBS ‘뉴스9’에 출연해 “TBS가 독립을 했으니 재정적으로 독립을 하는 게 맞다”며 “그런 의미에서 예산은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미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TBS 출연금 123억원 삭감을 추진했고, 실제로 55억원이 삭감됐다. 올해 서울시 출연금은 전년 대비 약 15%가 줄어든 320억원이다. TBS는 전체 예산의 약 70%를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고, 협찬과 캠페인 등의 수입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상업광고를 할 수 없어서다. TBS는 2019년 서울시 산하 사업소에서 출연기관으로 독립을 추진하며 재정 독립성 확보를 이유로 방통위에 상업광고 허용을 요청했으나, 방통위는 공공성 저해 등을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TBS가 서울시로부터 재정 독립을 하기 위해선 수익 다각화를 추진하는 한편, 현재 수익성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을 사수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뉴스공장이다. 2021년 4월 김어준씨의 고액 출연료 논란이 불거졌을 때 TBS가 냈던 설명자료에 따르면 뉴스공장은 라디오 협찬, TV·유튜브·팟캐스트 광고를 통해 연간 70억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 이는 TBS 라디오와 TV의 1년 제작비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TBS는 “뉴스공장은 TBS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서울시민의 세금을 아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당시 밝혔다.


문제는 뉴스공장으로 대표되는 TBS의 공정성 논란이 2020년 2월 독립 후 TBS가 추구해온 ‘시민참여형 지역 공영방송’이란 지향점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뉴스공장은 5년째 청취율 1위, TBS FM은 채널 점유율 2위를 자랑하지만, 그에 걸맞은 수준과 품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강택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뉴스공장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을 방어하고 방송심의제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데만 급급했으며, 정작 시민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역시 TBS의 공정성 논란과 관련해 “TBS의 관심과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해야 할 곳은 정치권이 아니라 시민들의 목소리”라고 지적하며 “이제 TBS는 뉴스공장의 대중적 성과에 의존하는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청취율만큼 높아진 책임감과 시민에 눈높이를 맞추는 낮은 자세로 천만 서울시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정훈 전국언론노조 TBS지부장도 “서울시 예산과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당연히 시민의 비판을 경청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치가 언론의 운명을 판단하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력이 언론과 방송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다시 되어선 안 되고, 그 시작이 TBS여선 안 된다”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언론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게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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