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수수' 현직 기자 구속에 언론계 충격

국민일보 사장, 기자 해고하고 사과…
지역 언론서도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 자성 목소리

건설업자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현직 기자가 구속된 초유의 사건에 언론계가 충격에 빠졌다. 국민일보는 해당 기자를 해고하며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고, 동료 언론인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일보 창원 주재 기자로 일해온 이모씨는 수년 전부터 창원지역의 한 주택조합 추진 사업과 관련해 알선이나 청탁을 하고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23일 구속됐다. KBS 보도 등에 따르면 이 기자는 앞서 횡령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건설업자 A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약 12억원을 받았으며, 경찰은 이 중 7억여원에 대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을, 4억원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빠르면 이번 주 안에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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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직후 이 기자를 대기발령 했던 국민일보는 14일 해고를 결정하고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변재운 사장은 “이 사건으로 지역에서 근무하시는 기자 동료 여러분과 도 관계자들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며 “국민일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앞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면서 해고 사실을 밝혔다.

변 사장은 “이 기자와 관련된 사건은 언론인의 윤리적 책임 측면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비록 이 기자 개인의 일탈행위라 하더라도 기자 동료들의 명예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고, 경남도 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국민일보 역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차제에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나 시스템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협의회도 15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언론인 자성의 계기로 삼자”고 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16개 언론사 노조가 소속된 부울경협의회는 “서울 언론사 주재 기자지만, 지역 시민들은 똑같은 동료 언론인이라고 생각할 것이기에 결국 부끄러움은 우리 지역 언론의 몫”이라며 “경위가 어떻든, 주변에 있는 우리 동료 언론인들이 제대로 동료 기자를 감시하고, 비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남민언련 “기자단 간사 자리가 범죄에 이용돼”

이들은 “기자란 직업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특성상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정보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부당이익을 취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기자는 어느 직업보다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된다”고 했다. 특히 이 기자는 2018년부터 2020년 3월까지 경남도청 중앙언론사 간사로 일하며 서울지역 언론사 주재 기자와 경남도청의 가교 구실을 해왔고, 지난 4월 기자단 간사로 재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단 간사란 지위가 알선과 청탁 등에 이용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3일 낸 성명에서 “기자단에서는 이미 2022년 연초부터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기자를 기자단 간사로 선출했다는 것은 향후 수사과정에서 기자단 간사직을 방패막이로 사용하겠다는 저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기자와 기자실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기자단 간사 자리가 범죄에 이용되고, 방패막이로 악용되고, 기자단의 실체가 민낯으로 드러난 엄중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성토한 바 있다.

부울경협의회는 “우리 동료 언론인은 경남민언련을 포함한 시민들의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한다”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이 되도록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공정보도라는 언론인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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