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드라마라 부르는 건 섣부를까. 그러나 이렇게나 빠르게 대중의 눈을 사로잡은 드라마도 드문 건 사실이다.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지닌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이다. 단 4회 만에 자폐인 변호사 우영우를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새삼 미디어의 위력을 실감한다. 정말 오랜만에 OTT 서비스에서 방송 채널로 리모컨 설정을 바꾸고 ‘본방사수’를 했다. 단체 메신저 각 방과 오프라인 모임에서 감상 소감과 평론을 주고받더니, 점심식사 차 들른 식당의 옆 테이블 손님들까지 우영우 이야기를 한다. 대부분 자폐인으로 분한 박은빈 배우의 세심한 연기와 그 주변 인물의 관계성에 주목하는 듯하다. 자폐인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발견했다는 말과 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가장 반가웠다.
사실 처음부터 환대하며 본 건 아니었다. 소수자이자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콘텐츠에는 늘 선입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라온다. 제작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말이다. 따라서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을 토대로 더욱 치밀한 연구와 섬세한 표현이 있어야 한다. 이 드라마가 2회까지 방영한 시점에 찾아본 자폐인 당사자와 보호자들의 SNS에서도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천재 급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장애인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가 흥행할 때면, 자폐인의 보호자는 주변으로부터 아직 발견하지 못한 천재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위로 아닌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문지원 작가는 이 지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3, 4회에 또 다른 자폐인이 연루된 살인사건을 등장시켜 우영우가 결코 자폐인의 전형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우영우는 이렇게 독백한다. “나치의 관점에서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은 장애인, 불치병 환자, 자폐를 포함한 정신질환자 등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나(우영우)와 김정훈(극 중 존속살인 혐의를 받는 자폐인) 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핵심 대사에 많은 시청자가 성찰했음을 고백했다. 콘텐츠와 미디어의 순기능일 것이다. 미디어활동가인 내게는 해당 에피소드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우영우가 자폐인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기사 댓글을 읽는 표정을 보며, 똑같은 심정을 느꼈을 수많은 ‘우영우들’을 떠올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장애인, 이주민 등이 관여된 기사를 쓸 때 개인의 특성이 불필요하게 강조되지 않을지 깊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를 우영우의 표정과 대사가 고스란히 드러낸다.
우영우가 다니는 직장으로서의 로펌 ‘한바다’의 근로환경에도 시사점이 있다. 차별적 시선에서 출발했을지라도 직장에서 부대끼며 결국 동료가 되어가는 이야기는 나의 일터를 둘러보게 한다. 이 글을 읽는 기자님들도 뉴스룸과 편집국에 장애인 동료가 있는지, 소수자에 대한 공동체의 인식은 어떤지 살펴보면 좋겠다. KBS가 장애인 앵커를 채용하지만 2년 계약직에 한정돼있다.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일 뿐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