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써먹을데 없을까"… 기획·개발·텍스트까지 개발자가 뚝딱

[인터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인터랙티브 만든 임상아 동아일보 ND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차세대 우주 망원경 ‘제임스 웹’이 찍은 우주 사진을 공개하며 화제가 됐다. 허블 망원경보다 100배 강력한 성능을 지닌 망원경은 성운과 은하단의 자태, 막 탄생했거나 소멸하는 별의 모습을 풀컬러로 전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외계 행성에서 물을 발견하며 ‘우주의 비밀’에 한걸음 더 다가갈지 기대도 모였다. 수많은 뉴스 중엔 동아일보가 두 달여를 준비해 지난 12일 곧장 내놓은 인터랙티브 콘텐츠 <태초의 우주를 보는 눈, 제임스웹 우주망원경>도 있었다. 콘텐츠는 직관적이고 역동적인 시각화, 친절하고 간결한 설명의 조합으로, 왜 이 사안은 디지털로 구현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동아일보는 최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다룬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였다. 사진은 이를 기획·제작한 동아일보 디지털이노베이션팀 임상아 ND가 작업을 진행한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동아일보 제공


1년차 개발자 임상아 동아일보 디지털이노베이션팀 ND(뉴스룸 디벨로퍼)는 지난 15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본 업무인 히어로 콘텐츠 개발에 들어가기 전 여유가 있을 때 새 시도를 위한 기술·포맷 리서치를 하고 테스트를 해보는데 제일 많이 해본 게 3D였다.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주제를 찾다가 우주에 관심 많던 신성일 인턴(개발자)이 아이디어를 냈고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애초 기술에 맞춰 내용을 선택한, 거꾸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단 설명이다.


개발자가 기획과 제작을 도맡아 진행한 드문 사례다. 통상 언론사 개발자는 기자나 기획자가 가져온 콘텐츠나 기획안을 코딩을 통해 구현하는 일을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5월 초 임 ND와 신 인턴은 ‘개발자들끼리라도 프로젝트를 해보면 어떨까’ 고민을 하며 기획 수십여 가지를 떠올리다 우주 망원경을 선택했다. 부서장은 “하고 싶은 걸 해보라”고 했지만 발간보다는 “역량을 쌓으려” 덤빈 일이었는데 한 달 후 프로토타입이 나오자 NASA 사진공개에 맞춰 내자는 얘기가 나왔다. 이후 대부분은 “독자들이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흐름과 내용, 구성을 바꾸는 일이 차지했다. 그렇게 한 페이지에 모든 내용을 넣었던 구성이 3D를 내세운 ‘인트로’, 이하 이용자가 직접 클릭하는 ‘제임스웹의 성능·원리·위치·가능성’ 등 4개 카테고리, ‘별별 질문’ 등 현재 틀로 바뀌었다. 임 ND는 “수정할 게 보이면 어디 말할 필요 없이 그냥 제가 고치면 됐는데, 계속 수정할 게 보여서 유연하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었다.(웃음)”며 “평소에도 기획 단계부터 회의에 적극 참여하지만 작업 환경은 디자인 시안까지 확정된 걸 그대로 만드는 수준밖에 안되는데 이번엔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대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고 안 해본 걸 새롭게 할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했다.

동아일보 인터랙티브 콘텐츠 <태초의 우주를 보는 눈,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인트로 페이지 캡처.


‘기술 주도 프로젝트’였던 만큼 특히 3D 작업이 중요했고 또 난관이었다. 사진과 영상은 NASA 자료를 사용하면 됐지만 3D 모델링은 배우며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며 허블 망원경, 달을 거쳐 제임스 웹에 이르는 카메라 움직임으로 표현된 인트로’, ‘아리안5 로켓 발사와 망원경 분리, 전개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준 발사 과정 페이지’ 등에서 노고가 드러난다. 임 ND는 “텍스트도 직접 작성해야 했는데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도 했지만 ‘개발자인데 이걸 내가 써도 되나’ 싶었고 개발보다 힘들었다”며 “동아사이언스 전문가께 검수를 부탁드려 부담을 덜었고 기자, 팀원, 팀장 피드백을 받으며 혼자선 못할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고 했다.


임 ND는 지난해 9월 인턴으로 입사해 올해 2월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내 유일한 ND직군이다. 뉴스와 스토리의 부가가치를 극대화 하는 ‘뉴스룸 디벨로퍼’ 직군을 동아일보는 당시 신설했다. 16학번으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융합전공 과정을 통해 코딩을 배운 그는 ‘나니아 연대기’를 웹 콘텐츠로 만드는 과제 등에서 흥미를 느껴왔던 차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임 ND와 신 인턴을 비롯해 디자인을 맡은 김소연 인턴까지, 이번 프로젝트 제작진은 모두 1997~1999년생인 Z세대이기도 하다.


이번 시도는 통상의 개발자와 구분되는 언론사 개발자 역할을 보여준다. 기자 중심 조직에서 개발자의 제안으로 단순히 기사를 웹으로 구현하는 차원을 넘어 기술 혹은 형식이 내용을 주도하는 콘텐츠가 나왔다. 이는 언론계가 기자 외 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고 또 키워낼 수 있는지 과제를 남긴다. 동아일보에서 뉴스룸 혁신을 도모하는 ‘사내 스타트업’을 표방하고 ‘히어로 콘텐츠’(장기 취재와 내러티브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디지털 콘텐츠)와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는 디지털이노베이션팀은 경영전략실에 편제돼 편집국 문화와 의사결정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새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환경이었다.


임 ND는 “동아일보 하면 엄청 딱딱하고 보수적일 것 같아 처음엔 좀 무서웠고 ‘잘 해야겠다’ 했는데(웃음) 저희 팀은 스타트업 분위기다. 인턴이나 신입이라고 자잘한 업무만 주지 않고 개개인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업무를 맡긴다”고 했다. 그는 “인터랙티브는 영상과 글의 장점만 따와 만들 수 있는 형식이라 생각하고, ND 일은 매번 새로운 걸 접하고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게 재미 요소인 것 같다”면서 “뉴욕타임스 디지털 기사를 보면서 ‘이렇게 만드는 구나’ 감탄하듯 새 형식의 기사 하면 동아일보를 먼저 떠올릴 수 있게끔 콘텐츠를 쌓아올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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