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성공비결은 '현장밀착'
'뉴스' 고정관념 탈피…2만2천 시민기자'참여 저널리즘' 열어
박주선 기자 | 입력
2003.01.08 11:34:43
“터졌다.”
2002년 12월 18일 오후 10시 15분경. 대선을 몇 시간 앞둔 상황에서 국민통합21의 갑작스런 기자회견 소식이 들렸다. 마지막 뉴스를 정리하고 퇴근을 준비하려던 이한기 오마이뉴스 정치팀장은 민주당에서 급히 국민통합21로 걸음을 옮기면서 야근 데스크에게 상황 보고를 했다. 예감대로 김행 국민통합21 대변인의 ‘정몽준 대표,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라는 대형 폭탄이 터졌다. 퇴근한 정치팀, 사진팀 기자 5명을 더 불렀다. 국민통합21, 민주당, 정몽준 대표 자택 앞에 기자들을 배치했다. 휴대폰으로 기사를 부르면 야근 데스크가 곧바로 사이트에 올렸다. 1신부터 다음날 24신까지. 신문, 방송이 잠자던 새벽에 오마이뉴스는 뉴스를 쏟아냈다.
단독 기사 조회수 70만7986회, 18일 페이지뷰는 1910만1690쪽을 기록했다. ‘사건’이었다. 대선 시작 후 페이지뷰 1000만, 1300만쪽을 돌파하던 상승세가 최고조에 달했던 것이다. 다른 논의는 뒤로하고 접근 빈도만 따지자면 기성 언론에 뒤지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어림잡아 300만∼400만명이 오마이뉴스를 봤다고 분석한다. 일간지 최고 발행부수 약 250만부에도 뒤지지 않는 수치다. 2000년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 영향력 있는 매체 10위, 지난해 8위, 이것 역시 오마이뉴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오마이뉴스가 네티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내부에서는 우선 ‘현장성’을 꼽는다. 정운현 편집국장은 “가장 큰 강점이자 생존가치는 현장성”이라며 “오히려 속보기사는 고급 취재원과 방대한 취재망이 확보되지 않아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건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취재는 계속되고, 뉴스는 쉬지 않는다. 시공 제한이 없고 비디오 오디오 텍스트 등 다양한 도구로 뉴스를 보여줄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은 ‘현장성’을 잘 뒷받침해 준다. 매번 5∼6시간씩 생중계했던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 25신까지 이어졌던 ‘YS 고대앞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장성은 ‘선택과 집중’과도 맞닿아 있다. 이한기 정치팀장은 “네티즌들이 상식적으로 궁금해하는 대목이 있다. 이곳에 과감하게 투자했고 결과적으로 승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상근 기자 34명(중앙27, 지방7)이 모든 분야를 다룰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중은 숫자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정치팀 인원은 5명이고, 대선기간 10여명으로 증원했지만 기성 언론에 비해 많은 수는 아니다.
오마이뉴스가 처음부터 내세운 ‘모든 시민이 기자’라는 모토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시민기자는 2만2120명이다. 황용석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오마이뉴스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참여형’ 시사뉴스 사이트”라며 “정보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시민기자 ‘프로슈머’가 참여해 적은 인력으로 다양한 뉴스를 만드는 것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이같은 특성이 이번 대선에서 참여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박선희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터넷 커뮤니케이션 전공)는 “기존 언론의 일방적 의사소통 구조에서 탈피, 독자들에게 기사쓰기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은 오마이뉴스의 큰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시민기자’ 도입이 정보 생산자를 확대했다면 오마이뉴스의 정보 취사선택은 아젠다의 틈새를 공략했다. 기존 언론에서는 ‘뉴스’가 되지 않았던 것이 오마이뉴스에서는 특종이 되기도 했다. 예컨대 ‘YS 고대 앞 사건’은 기존 언론에서 ‘대접’받을 만한 아이템이 아니었다. 한 신문사 정치부장은 “대안언론으로서 독자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줘 대리만족을 시켜준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내부 분석도 다르지 않다. 이한기 정치팀장은 “주류 미디어와 다른 잣대로 뉴스를 보기 때문에 ‘이것이 뉴스’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며 “독자들은 지면 밖, 브라운관 뒤의 뉴스에 목말라했었다”고 말했다.
반면 편향성, 기사로서의 요건 불충분 등은 오마이뉴스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선희 교수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데 그치는 기사들이 있고 시민기자의 경우 사적 경험에 기반해 주관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용석 위원은 “보도에 있어 편향성이 있다”며 “대안운동 측면에서 보면 정당하겠지만 저널리즘에서 보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오마이뉴스는 ‘자발적 유료화’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네티즌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말 그대로 원하는 경우에만 돈을 내는 것이다. 시작한지 5일만에 2627명이 참여해 6614만원을 모금할 정도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오마이뉴스는 ‘성공’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을 말한다. 이한기 정치팀장 얘기도 그랬다.“미지의 길이라서 나침반이 없었다. 앞으로도 이정표가 없다. 그러나 두려움은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현장’과 그 곳에 있는 시민들이 불빛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