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반기에 저와 함께 연재 글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필자를 찾고 있습니다.”
유지영 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팀 편집기자는 지난 2일 개인 SNS에 공지를 올렸다. 문화, 책, 사는 얘기, 여행 등을 맡은 팀에서 그는 주로 “시민기자들이 오마이뉴스로 보내주신 글을 하나의 정제된 기사(글)로 만드는” 온라인 편집 역할을 한다. 가만히 있어도 시민기자 글은 올라온다. 이를 “고치고” “수정하고” “제목을 달아” 배치하면 되는데 굳이 시민 필자를 찾아 나섰다.
“간혹 왜 일기를 쓰냐는 댓글도 달리는 코너지만 개인의 일상과 소중한 일을 다루는 ‘사는이야기+’를 입사 초기부터 좋아했어요. 작년 편집기자 발령 후 이 코너를 잘 해 보고 싶어서 개인 SNS로 간단히 공지를 올린 게 시작이었어요. 연재들이 잘 돼서 한 번 더 해야겠다 싶어 올해는 아예 팀장한테 허락도 받아서 하게 됐습니다.” 지난 5일 기자협회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유 기자는 말했다.
하루 만인 3일 공고를 내렸다. “혼자 하는 일인데 여력보다 훨씬 많은 제안이 왔고 더 늘어나면 답변을 성의껏 못할 것 같았다.” 지난해 5월 첫 공지 땐 5~6건 제안 중 3건을 연재했는데, 올해는 하루 만에 기획안, 샘플기사 등 40건가량이 쏟아졌다. 지난해 <언젠가 축구왕>(초보 풋살 도전기), <개와 다르지 않아>(대형견과 사는 이야기), <은밀하게 친밀하게 SF>(SF 신작 리뷰) 등 연재는 반응이 좋아 모두 출간 제안을 받았다. 올해는 고심 끝에 7건을 정해 조율 중이며, 지난 6~7일 제안을 준 시민들에게 선정결과 및 감사 메일을 보낸 상태다.
이는 편집기자가 기자 아닌 사람, 특히 일반 시민과 ‘글’을 매개로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추가적인 역할을 전제한다. 자신이 편집한 기사나 의미있는 뉴스를 공유하는 등 유 기자처럼 스스로 개인 SNS를 매체적으로 적극 이용하는 데까지 가면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상근기자와 비교하면 편집과정을 많이 거치지만 삶의 곡진한 이야기가 담긴 초안을 받아 첫 독자가 됐을 때 기쁨이 정말 커요. 특히 이번에 기획안을 보며 못다한 이야기가 너무 많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고, 기자의 도움만 있으면 ‘기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반 시민이 자신의 얘기를 직접 하도록 돕는 역할은, 우리 언론에서 드물다. 2016년 오마이스타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해 사회부 취재·편집기자를 거쳐 현 팀에서 일하는 기자는 이 드문 자리에서 “내 글을 쓰는” 보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증폭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시민기자제’를 갖춘 매체, 기자 하나의 시도에서 나아가 언론계가 시민들의 삶과 목소리를 충분히, 최선의 방식으로 전하는지 과제와 맞닿는 일이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때 보안요원 글을 익명으로 실었는데 기억에 남아요. 당사자 얘기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촉발됐는데 매체를 통해 직접 목소리를 낸 의미가 크다고 봤어요. 자신의 삶, 조건을 글로 전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요. 그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면, 내가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제 올해 최고 목표는 역시 제목을 잘 다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