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미나리·콩나물 삼위일체… 깔끔한 맑은탕, 자꾸만 손이 가네

[기슐랭 가이드] 포항 죽도시장 복어탕

미식가를 자처한 일본인 하나는 ‘이것’의 정소를 화로에 구워 먹으며 “죽음과도 바꿀 수 있는 맛”이라 했다. 중국 송나라의 빼어난 묵객 소동파는 ‘이것’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철이 되면 지방관의 책무를 까맣게 잊고 ‘이것’ 맛에 빠져 살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것’은 복어다. 복어의 혈액과 알, 간 등엔 테트로도톡신이 포함돼 있다. 아직까지 해독제가 개발되지 못한 치명적인 독이다. 그래서다. 복어 요리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취득이 까다롭고 어렵다.


그럼에도 복어탕은 어떤 생선으로 끓인 탕보다 맛있다.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바람 차가운 계절에 미나리, 콩나물과 삼위일체를 이룬 복어맑은탕은 주당들을 매혹한다. 아니,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이 유혹을 피해가기 쉽지 않다.


서울에서 경상북도 포항으로 거처를 옮긴 지 7년. 동해의 깊고 푸른 물속을 헤엄치던 복어의 맛을 즐기는 쏠쏠한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죽도시장 공영주차장 입구에 자리한 삼호복집은 다시마, 복어 머리, 생강, 하얀 후추 등을 넣고 7~8시간을 끓인 국물에 복어를 넣어 만든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이 거듭해서 이 식당 문을 열게 한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한 주인장은 중국과의 수교 초기 현지법인에서 일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가 요리학원 등록 17일 만에 필기시험과 실기까지 합격해 복어 요리 자격증을 따낸 기록은 ‘전설’처럼 남았다. 음식에 대한 감각과 성실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삼호복집은 곁들이 반찬도 맛깔스럽다. 밀복껍질무침을 필두로 대구횟대로 만든 식해, 개복치 간장조림까지. 항구도시의 밥집답다. 머지않아 미나리 줄기가 부드러워지는 계절이 올 터. 그게 복어탕에 향긋함과 풍미를 더해줄 것이다. 벌써부터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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