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 저층에 고농도 황화수소… 수질 감시체계 부실 추적

[지역 속으로] '수도권 최대 식수원 소양호의 경고' 하위윤 강원일보 기자

4월 중순, 강원일보에 인제군 남면 일대 소양호 상류에서 붕어가 집단 폐사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인제군을 담당하는 최영재 기자가 현장을 처음 확인한 이후 본사 사회부 손지찬 기자, 사진부 신세희 기자 등으로 취재진을 구성했다. 처음에는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어류 폐사 사고 중 하나인가 싶었다. 그러나 현장을 찾은 취재진이 마주한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수면과 수변 곳곳에는 수천 마리의 붕어 사체가 떠올라 있었고, 일부 지역은 악취까지 풍기고 있었다. 평생 소양호에서 생업을 이어온 어민들은 “이런 규모의 폐사는 처음 본다”고 입을 모았다. 조업을 포기한 채 상황을 지켜보는 어민들의 불안감도 컸다.

강원일보는 소양호 붕어 집단 폐사 사태의 현재 상황과 구조적 원인, 국가 식수원 관리 체계의 문제점 등을 점검하는 기획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은 소양호에서 조업 중인 어민들이 집단 폐사한 붕어 등을 강에서 건지고 있다. /강원일보 제공

반면 관계기관의 설명은 달랐다. 인제군과 수질관리기관들은 “수질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국가 수질 측정망 자료와 먹는물 기준에서도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현장 상황과 기관 설명 사이에는 분명한 괴리가 존재했다. 물고기는 죽어가고 있는데 수질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취재진은 이 사건을 단순한 어류 폐사 사고로 보기보다 국내 최대 인공호수이자 수도권 2600만명의 식수원인 소양호에서 나타난 이상 신호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후변화와 수생태계 변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핵심 식수원인 소양호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수도권 최대 식수원 소양호의 경고’ 기획 취재가 시작됐다.


취재 초기 가장 큰 과제는 폐사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었다. 취재진은 인제군,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 국립환경과학원 등 관계기관을 상대로 자료를 요청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당시까지도 명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기관마다 다양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결정적인 근거는 제시되지 못했다.


전환점은 어민들의 제보에서 찾아왔다. 일부 어민들이 자체적으로 대학 연구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취재진은 강원대 연구진이 진행한 소양호 저층수 및 퇴적층 조사 자료를 확보했다. 자료 분석과 연구진 인터뷰를 거듭하며 기존 수질검사 결과와 비교 검증한 결과, 일반적인 수질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소양호 저층에서 고농도의 황화수소가 검출된 것이다.

강원일보는 소양호 붕어 집단 폐사 사태의 현재 상황과 구조적 원인, 국가 식수원 관리 체계의 문제점 등을 점검하는 기획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은 강원일보 5월20일자 1면 보도. /강원일보 제공

황화수소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독성 물질로 저서생물과 어류 폐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바닥층에 서식하는 붕어와 잉어가 집중적으로 폐사한 현상과도 연관성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황화수소는 현재 상시 수질 감시 항목이 아니었고 국가 식수원 관리체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되지 않고 있었다.


취재진은 자료 확보에 그치지 않고 수질·생태 전문가들을 찾아 자문을 구했다. 연구 결과의 신뢰성과 해석의 적절성을 검증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교차 확인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황화수소 검출 결과가 충분히 의미 있는 경고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강원일보는 소양호 저층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과 붕어 폐사 간의 연관 가능성을 최초로 보도했다.


취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취재진은 수차례 현장을 다시 찾으며 폐사 범위와 생태계 변화를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붕어뿐 아니라 잉어, 뱀장어, 쏘가리 등 다양한 어종의 폐사 사례를 확인했다. 특정 어종의 문제가 아니라 저층 생태계 전반에 이상이 나타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장 취재를 반복할수록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왜 국가 수질관리 체계는 이런 변화를 포착하지 못했을까. 취재 결과 현재 수질관리 시스템은 상수원 수질과 먹는물 안전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수면이나 취수구 인근 수질은 정기적으로 관리되지만 호수 바닥층에서 진행되는 빈산소화 현상이나 퇴적층 오염은 상대적으로 관심 밖에 있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호수의 성층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저층 산소 부족과 퇴적층 오염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은 취수와 정수 과정을 거쳐 먹는물 안전성이 유지되고 있지만, 생태계 악화가 장기간 누적될 경우 미래 수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취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현장 어민들의 반응이었다. 수질 수치나 분석 자료보다 먼저 변화를 감지한 사람들은 수십 년간 소양호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주민들이었다. “예전과 물이 달라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물고기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졌다”는 증언은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현장의 경고였다. 과학적 조사와 현장 경험이 만나면서 소양호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났다.

하위윤 강원일보 기자.

이번 보도는 붕어 집단 폐사의 원인을 추적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 식수원 관리체계의 사각지대를 조명하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관리 기준상 ‘먹는물은 안전하다’는 평가와 ‘생태계는 건강하다’는 평가는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저층 생태계 이상 현상은 우리가 식수원을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강원일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소양호 집단 폐사가 단순한 지역 환경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 국가 식수원의 지속가능성과 생태계 건강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 신호임을 알리고자 했다. 눈에 보이는 물의 안전성뿐 아니라 물속 생태계의 건강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국가 핵심 식수원에 대한 감시체계가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는 과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번 취재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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