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한자리 지켜온, 담백한 보쌈정식이 주는 깊은 매력

[기슐랭 가이드] 서울 공덕 영광보쌈

“중국집 갈까?”, “아니, 별로.”, “마라탕은 어때?”, “것도 안 끌리는데.”


기자 일을 10년 한 동기들과 점심 장소를 정하려던 어느 날, 좀처럼 결론은 나지 않았다. 부지런히 카톡이 오가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주고받던 톡 사이로 모아지는 의견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헤비하지 않게 먹고 싶다’는 것. 모두 기름지고 양 많은 그러니까 ‘과한 음식’이 싫다며 어떻게 하면 깔끔한 한 끼가 될 수 있는지 머리를 굴렸다.


그렇다. 기자생활은 체지방과의 싸움이다. 이어지는 회식과 만찬, 술자리가 그저 즐거웠던 초년생 시절이 지나자, 10년 차들에게 남은 건 ‘배 둘레 햄’이었다. 어떻게 과하지 않게 한 끼를 먹느냐가 중견기자가 된 이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그렇다고 마감에 허덕이며 급히 사료처럼 때우는 라면과 패스트푸드는 더욱 싫었다. 잘 차려진 한식 한 끼를 먹고 싶으나 거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 뭐 없을까. ‘탄단지’를 고루 갖추되 살찌지 않는 정갈한 한 끼를 갈구했다. 요즘엔 끼니마다 적당한 단백질에 식이섬유, 과하지 않는 탄수화물의 조합을 찾는 여정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찾은 메뉴가 보쌈이다. 밥에 삶은 고기는 정녕 진리였다. 튀기거나 구운 고기 말고 삶은 고기는 매력이 있다. 특히 돼지고기에 생마늘, 그리고 새우젓의 조합은 알면 알수록 깊은 맛이다. 거기에 상큼한 보쌈김치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에 있는 ‘영광 보쌈’은 딱 보쌈만 한다. 메뉴가 하나다. 그래서 믿음이 간다. 보쌈 고기에 아삭한 배추김치, 쌀밥 한 공기와 된장국, 제철 나물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한 상 차림이다. 식당이 1년 영업을 이어가기도 어려운 이때 무려 45년간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사장님 확인 완료!). 멋내지 않은 고전적 간판과 장식없는 인테리어도 맘에 든다. 양념 없는 담백한 고기가 주는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앞으로 45년 이대로 계속 갔으면 좋겠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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