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가의 삶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맛집’을 하나만 추리는 건 매우 어렵다. 먹는 사람의 기호와 식성, 알레르기 여부는 물론 그날의 조명, 온도, 습도, MBTI까지 고려해 10개를 추려도 변덕스러운 입맛을 만족시킬까 말까여서다. 고민 끝에 최대한 호불호가 적은 대중적인 음식들을 후보로 올렸다. 이 중 어디서든 찾기 쉬워야 하고 줄을 오래 서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조건을 추가했다.
‘해운대31cm해물칼국수’는 지름 31cm의 세숫대야 같은 넓은 그릇(2인분 기준)에 홍합, 가리비, 물총조개 등 온갖 조개류를 아낌없이 넣은 칼국수 집이다. 그릇을 보면, 말 그대로 ‘조개 반 칼국수 반’이다. 성인의 두 손바닥을 모두 펼쳐도 가려지지 않는 커다란 그릇에 조개들이 듬뿍 담겨 칼국수 면발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2인분 같은 1인분. 둘이 먹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푸짐하다.
해운대구 좌동 전통시장에서 시작한 ‘해운대31cm해물칼국수’는 ‘때려 부은’ 조개와 시원한 국물, 푸짐한 양을 1인분 7000원에 제공해 높은 가성비로 주목받았다. 시장에서 이 칼국수 집을 찾으면 “줄이 긴 곳을 찾으면 된다”는 대답을 들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이에 힘입어 몇 년 새 기장군, 사하구, 부산진구 등 부산 전역을 비롯해 경남 창원, 울산까지 20여 곳에 ‘해운대31㎝해물칼국수’ 지점이 생겼다. 지금은 1인분 9500원 정도(지점별 상이)로 가격이 올랐지만 가성비는 여전하다. 또 지점이 늘어나며 ‘해운대시장 가성비 칼국수 맛집’이란 고유성은 옅어졌지만, 접근성은 오히려 좋아졌다.
담뿍 담긴 조개 개수만큼이나 시원한 국물 맛은 보장된다. 여기에 쫀득한 가래떡 꼬치인 ‘부산 물떡’(1500원)을 하나 추가하자. 부산 ‘물오뎅’으로 통하는 가래떡 꼬치로 칼국수에 부산 감성을 한 스푼 추가할 수 있다. 함께 제공되는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좋다. 칼국수를 먹고 나오면, 부산 커피 브랜드 ‘블루샥’을 찾아 ‘샥라떼’를 마셔보자. 라떼 위 얹은 달달하고 쫀득한 수제크림이 중독성 있다. 블루샥 역시 체인점이 많아 어디서든 접근성이 좋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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