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시대의 병역 혜택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우하람은 한국 다이빙 일인자다. 도쿄올림픽 때는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성적(4위)을 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항저우 대회까지 10개 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다이빙 최강 중국의 벽에 막혀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는 병역 혜택 대상자가 아니다.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제도는 1973년 박정희 정부 때 만들어졌다. ‘한국’, ‘KOREA’라는 이름이 낯선 때 국위 선양을 바라는 의도에서였다. 정명훈(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이나 양정모(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한국 최초 금메달) 등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처음에는 올림픽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안선수권, 유니버시아드 1~3위에게도 병역 혜택을 줬다. 하지만 1990년부터 올림픽 1~3위, 아시안게임 1위로만 그 대상이 축소됐다. 다만 2002년 FIFA 축구월드컵 4강, 2006년 세계야구클래식(WBC) 4강을 이룬 선수들도 한시적으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예술 부문의 경우는 대상자가 광범위하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1~2위) 같은 국제 대회만이 아니라 동아음악콩쿠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1위에게도 병역 특례 혜택이 있다. 전국연극제 입상자나 대한민국미술제전 입상자도 2021년까지는 대상자였다.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임윤찬은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조기에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조성진도 비슷하다. 클래식과 달리 대중문화는 대상자를 정해두지 않아 BTS는 병역 혜택을 받을 길이 없었다. BTS만큼 국위 선양을 한 아티스트도 없는데 말이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은 BTS가 던진 공정성 화두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 SNS, 커뮤니티 등에 ‘야구 대표팀의 은메달을 바란다’라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 이유도, 단발성 성과에 과한 혜택을 준다는 비판적 시선 때문이었다. 남자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병역 해결의 장’이 되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병역 혜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지만 폐지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입대가 곧 선수 은퇴를 뜻하게 되는 군소 종목도 꽤 있기 때문이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모든 종목이 다 있는 것은 아니다. 국외파 선수들도 살펴야 한다. 병역 혜택이 없었다면 IMF 시절 한국인을 위로해줬던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활약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아시아선수 최초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등극도 없었을 수 있다. 누군가는 ‘개인의 영광’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임윤찬의 피아노 연주에 위로받는 것처럼 세계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며 대리 만족과 성취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체육 선수의 경우 단기 성과에 따른 보상이 아닌 국제 대회 출전 횟수에 비례한 병역 혜택을 고려해볼 수 있다. 누적 점수제라면 세계선수권이나 축구월드컵, WBC보다 아시안게임을 더 중하게 여기는 풍토를 변화시킬 수 있다.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한국 신기록을 달성한 선수에 대한 보상도 함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수천, 수만 번 입수 끝에 따낸 우하람의 10개 메달이 금메달 1개보다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걸맞은 적절한 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태극 마크가 더욱 간절해지고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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