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시사 프로그램 편성 삭제와 폐지, ‘뉴스9’ 앵커리포트의 “비정상적 제작과정” 등 박민 KBS 사장 취임 5일여 만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두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KBS본부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신임 사장 취임 이후 여러 위법 사례들이 발생됐다며 박민 사장 등을 방송법 위반과 편성규약·단체협약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우선 KBS본부는 오는 21일 박민 사장 등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한다. 또 같은 날엔 고용노동부에 단체협약 위반 혐의로 박 사장을 고발하고, KBS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신청을 하기로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KBS 사장 임명 재가가 이뤄진 지난 12일, 당시 김병진 라디오센터장 내정자는 인사발령 전인데도 ‘주진우 라이브’ 담당 PD에게 전화해 진행자인 주진우씨에게 하차를 통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주진우씨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13일 해당 라디오센터장은 주씨에게 하차 통보를 알리는 통화에서 ‘사장이 워낙 강경해 어쩔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본부는 해당 사안이 방송법 제4조를 위반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 이에 KBS본부는 박민 사장,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는데, 박 사장에게 이와 같은 지시를 내린 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성명 불상’에 대한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법 제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동법 제105조)는 처벌 규정도 두고 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성명 불상의 대상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하겠다는 건 너무나 폭력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언론 탄압 그 안에 KBS도 하나의 대상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KBS본부는 사측이 사장 취임 직후 시행한 ‘뉴스9’ 등 주요 뉴스 프로그램 앵커 일방 하차 통보와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 라디오 프로그램 ‘최강시사’ 편성 삭제 등이 편성규약과 단체협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단체협약에 명시된 ‘편성 등 책임자가 실무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의무’, ‘프로그램 개편 및 긴급 편성 시 제작진 및 조합과 협의, 설명, 통보해야 할 의무’ 등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KBS본부는 고용노동부에 단체협약 위반 고발과 함께 단체협약 이행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다.
정명아 법무법인 새날 노무사는 기자회견에서 “앵커들을 일방적으로 하차시킨 KBS의 행위는 ‘단체협약에 대한 지배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제81조 위반”이라며 “또 ‘더 라이브’ ‘주진우 라이브’ ‘최강시사’ 제작진이 KBS본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편성을 삭제하고 이들의 보직을 변경한 행위 역시 불이익 지급이라는 부당노동행위로 노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희 법률가들이 봤을 때 노조법이나 단체협약 위반 사항이 너무나 많이 발생해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고소·고발뿐만 아니라 아예 사업장 자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돼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노동부가 상주하며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법 위반 행위를 낱낱이 살펴 형사 사건으로 전환시키고, 단체협약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 명령을 해야 하는 긴급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주요 보직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무력화시키려는 사측의 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KBS는 단협에 따라 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 시사제작국장, 시사교양1·2국장, 라디오제작국장 등 5개 국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13일 KBS는 본부장급 등 임원 인사에 이어 지난 16일 팀장급 인사까지 냈지만, 5개 국장은 공석인 상황이다.
강성원 본부장은 “사측이 여러차례 임명동의제가 인사권의 과도한 침해라며 부정적 의견을 계속 피력해오고 있어 조합에선 여러 가지 대응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측이 아예 이 자체를 공석으로 계속 가지고 가는 등 단협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들을 계속 할 거라고 보고 있는데, 어찌 됐던 지금 단협이 유효한 상태이고, 공정방송 실천을 위해선 임명동의제가 언론사 종사자들에게 중요한 근로 조건이라는 게 이미 판시로 나와 있기 때문에 후속적으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면 계속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