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다가온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표정은 2년 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 때와 유사하다. 이번에도 ‘비호감’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기 때문이다. 예견됐던 대로 엉망이다. ‘김건희 (여사님) 특검법’ 논란 이후 ‘건생구팽’ 평가를 받는 국민의힘 공천 상황이 그렇다. 더불어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자객공천’, ‘비명횡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양당 모두 ‘시스템 공천’임을 강조했는데, 공천 결과를 보라! 이 정도면 그 시스템은 고장 난 게 틀림없다.
국민의힘은 시스템을 통해 공천받은 도태우(대구 중남구),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장예찬(부산 수영) 후보를 탈락시켰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돈봉투 수수 의혹, 막말과 혐오까지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그 시스템을 통해 국민의힘 공천의 ‘찐윤불패’가 완성됐다는 분석이다. ‘친윤’ 키워드가 포함된 보도에 100회 이상 등장한 이들의 공천율이 97.8%라는 경향신문의 기사는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스템에 의해 하위 10%에 포함된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구을)이 탈락하고 친명계인 정봉주 전 의원이 본선에 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목함 지뢰 피해 장병을 모욕한 과거 발언과 거짓사과 논란으로 탈락했다. 친문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 지역구(경기 안산갑)에서 공천받은 양문석 후보 또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청년전략특구로 지정된 지역(서울 서대문갑)에서 안희정 성폭력 사건 2차 가해자로 지목된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3배수에 들었다가 문제가 커지자, 뜬금없이 ‘대장동 변호사’가 그 자리를 꿰찼다. 이 모든 게 그 시스템에 의해 이뤄진 공천이다.
비례대표 공천 쪽은 더욱 한심하다. 위성비례정당이 재등장했고 앞 순번을 받기 위해 의원 꿔주기가 시작됐다. 우리는 이런 걸 코미디라 하지 않던가. 연합정치시민회의는 시민사회 대표성을 주장하며 더불어민주당 위성비례정당에 참여해 추천권(1번 포함, 4석)을 따냈다. 그로 인해 시민사회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 자체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연합정치시민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로 추천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행적을 ‘병역기피’라며 부적격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더불어민주당 위성비례정당에 합류한 진보당과 새진보연합(구 기본소득당)은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러니 이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왜 국회의원이 되려 하나? 국회의원 배지가 목표인 건가?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 소수자 혐오와 배제에 앞장선 개혁신당의 낮은 지지율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해야 할까. 그렇지도 않다. 고등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조국 전 장관이 창당한 조국혁신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20%에 육박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역시 절망적이다. 정책선거는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다. 양당은 한국 사회의 미래 비전을 내놓기보다는 상대 당과 후보 헐뜯기에 몰두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윤석열 정권의 심판론과 안정론 그 어디에도 쉽게 마음이 동하지 않는 이유다. 이런 상태에서 투표한다 한들, 결과는 빤하다.
언론 또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서 멀어지게 한 데에 책임이 있다. 2024년 4·10총선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언론은 관심이 없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양극화, 저출생, 민주주의 후퇴, 기후위기 등 무수한 현안은 화두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언론은 그저 여론조사를 앞세워 누가 앞서고 있는지 ‘판세’만 분석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의 거대양당 체제를 공고히 유지하는 데에 언론 또한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치권을 욕할 자격이 언론엔 없다. 바꿔야 한다.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어차피 그들 끼리끼리 만든 ‘판’이 아닌가.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곳에서 벗어나 있는 목소리는 총선 보도 어디에도 반영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는 판세분석을 멈추고, 그 판을 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