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위한 대외정책과 그 결과

[이슈 인사이드 | 국제·외교] 권희진 MBC 기자

권희진 MBC 기자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의 누적 사망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인구가 220만명이니 100명 중 1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사망자의 70%가 여성과 어린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4개월 뒤에는 가자의 주민 대다수가 기근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유엔 특별보고서도 나왔다. 작년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침입해 1400명을 학살하고 240명을 납치하는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자 지구의 이런 참상은 국제 여론이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6주 휴전’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일시적 휴전조차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유엔 안보리의 휴전 요구 결의안에 반발했다. 정치적 해법을 찾기보다는 어떤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하마스를 박멸하겠다는 강경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이런 태도의 배경에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욕망이 있다.


2022년 말 네타나후 총리는 극우파와의 연정을 통해 세 번째 집권에 성공했다. 네타냐후가 손잡은 극우파들은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아예 몰아내고 이 땅을 이스라엘 영토로 만들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네타냐후가 국제사회의 여론대로 팔레스타인에게 통치권을 주는 그 어떤 평화 체제라도 수용한다면 이들은 돌아설 것이다. 그러면 네타냐후는 권력을 잃을 수 있다. 뇌물 스캔들로 사법 리스크까지 있는 정치적으로 취약한 네타냐후가 극단 세력의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상원에서조차 네타냐후를 ‘평화의 장애물’로 지목하면서 이스라엘의 정권 교체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금 유일한 해법은 정통성을 가진 팔레스타인의 통치 체제를 인정하고 공존을 선택하는 것이지만 네타냐후는 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정치적 호흡기인 극단 세력에게 팔레스타인은 오직 몰아낼 대상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을 몰아내는 방법으로 네타냐후는 일찌감치 ‘갈라치기‘를 선택했다. 서안에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치안 협력을 유지하는 한편, 하마스를 키워내 팔레스타인의 분열을 꾀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카타르가 하마스에 수억 달러의 현금을 주는 것도 용인했다. 이 돈으로 힘을 키운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했고, 이들의 폭력성은 평화를 추구하는 네타냐후의 반대 세력을 위축시킨다. 하마스라는 분명한 적이 있는 한 이스라엘 국민들은 탐탁지 않아도 네타냐후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자의 참상은 확대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다시 유대인 혐오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현지 부동산 업계는 이런 혐오를 피해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만들어 낼 새로운 부동산 수요를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실질적인 안보의 위협이다. 가자의 비극은 아랍권 전체의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으로 이어진다. 이란의 지원을 받은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이 이스라엘을 노린다. 이스라엘은 군사적인 고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일들이 지도자인 네타냐후의 권력욕과 연계돼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정책이 정권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우리로서는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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