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기억이 어느덧 10년이다. 국내 언론이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지도 올해로 10년째인 셈이다. 당시 우리는 무분별한 특종·속보 경쟁 속에서 쉴 새 없이 오보를 냈고, 피해자와 유가족에 공감하지 못한 비인간적 보도를 남발했다. 취재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탓에 정부 발표에 의존하는 똑같은 뉴스를 반복하기도 했다. 생존자 수가 연신 바뀌는 대형 오보와 출처가 불분명한 추측성 보도를 매일 쏟아내는 언론을 사람들이 미워하고 불신하게 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후로 10년. 우리는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의 탑을 다시 쌓아 올리는 데 성공했을까. 선뜻 답하기 어렵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아니다. 일례로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기자협회 등 5개 단체는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해 정확한 보도와 윤리적 취재를 독려하고 무리한 보도 경쟁을 자제하는 등의 원칙을 세웠다. 기자 개인이 혹은 조직 차원에서 세월호 보도의 실패를 곱씹는 반성문을 내놓은 경우도 많았다. 기자협회보가 세월호 참사를 취재한 기자 8명을 심층 인터뷰한 보도를 봐도 변화는 분명 있었다. 세월호는 이후 재난보도에 있어 일종의 ‘레드 라인’ 역할을 했다. 피해자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를 경계했고 검증 없는 받아쓰기와 추측성 보도를 심사숙고했다.
그러나 우리의 변화는 여전히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 채 주변부에 머무는 모습이다. 사실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 불신이 싹튼 결정적 순간은 국가적 재난 위기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심이 짙어진 때였다. 언론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끔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보도를 제공할 책임이 있었다. 또 정확한 사실 규명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논의를 통해 향후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을 형성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러나 선언 수준에 머물렀을 뿐 실천에 이르지 못했다. 그랬기에 세월호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어둠 속에 남겨진 채 외면 받고 있는 것일 테다.
언론 신뢰의 회복은 우리가 제 역할을 해내는 일부터 시작이다. 재난 보도는 언론인의 임무 중에서도 중대하고 어려운 일 중 하나로 기자들도 많은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언론 조직과 언론인은 재난에 대처하고 인간을 보도의 중심에 둘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하고 민감한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침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도 아직 재난전문기자 한 명이 없는 언론 조직이 수두룩하다.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비윤리적 선정 보도를 삼가고 오보를 방지하는 일은 기본이다. 오보의 밑바탕에 평소 부실한 팩트체크와 부적절한 보도 태도, 인권에 대한 공감 결여 등 잘못된 취재 관행이 깔려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내용의 기사는 보류하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오보를 막기 위해 정부와 단단한 소통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일도 시도해볼 수 있다. 외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세월호 보도는 언론 불신이라는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새긴 동시에 우리에게도 트라우마로 남았다. ‘기레기’의 멸칭을 벗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인권을 존중하고 속보보다 정확성이 우선이라는 저널리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