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장진영(중앙일보), 오세림(전북일보), 홍윤기(서울신문), 김진홍(대구일보), 김범준(한국경제), 박미소(시사IN)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 남쪽, 9·11 테러 희생자를 기억하는 공간 ‘9·11 메모리얼(memorial)’ 있다. 이 테러로 민간인과 소방관 등 2977명이 숨졌고, 110층 쌍둥이 건물이자 미국의 랜드마크인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져 내렸다. 테러 발생 10년이 지난 2011년 정부와 이 땅의 공동소유주는 협의 끝에 폐허의 공간에 새로운 건물이 아닌 추모 공간을 조성했다.
9·11 메모리얼이 죽음을 새기는 중심축은 두 개의 인공폭포에 있다. 면적 1220평가량인 쌍둥이 빌딩 자리에 폭포를 설치했다. 인공폭포는 정사각형 안에 또 다른 사각형이 뚫려있는 구조로, 가장 안쪽을 향해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공간을 설계한 이스라엘 출신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가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는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과 ‘테러로 인해 흘린 사람들의 눈물’에 빗대어 고안했다고 한다. 폭포를 둘러싼 비석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름을 어떤 방식으로 배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무려 3년이 걸렸다. 아라드는 고민 끝에 ‘의미 있는 이웃들’을 묶기로 결정했고, 유가족으로부터 받은 명단 1200건을 토대로 분류해 배치했다.
같은 사무실을 썼거나 생전 인연이 있던 희생자들은 이름을 한데 모아 새겼다. 생일을 맞은 희생자는 이름 한 편에 꽃이 꽂힌다. 죽음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희생자의 삶을 꺼내 올린다. 인공폭포 ‘부재의 반추’는 매일 새롭게 흐른다. 폭포 주변에 심어진 나무 중에는 ‘생존 나무’도 있다. 테러 당시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으로, 복원 작업을 통해 2010년 메모리얼 공간 개방 전 반환됐다. 회복과 생존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는 이 공간은 뉴욕의 명소가 돼 매해 수많은 이가 방문한다. 끔찍한 비극과 참극 이후에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정답을 지구 반대편에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