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구단이 김경문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했을 때다. 야구 커뮤니티에는 부정적 여론이 꽤 많았다. 일부 팬들은 한화 그룹 본사와 갤러리아백화점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하기도 했다. 트럭 시위 문구는 ‘시대에 뒤처지는 감독 기용’, ‘노(老)감독 할거면 노(NO) 감독이 낫다’ 등이었다. 나이 많은 사령탑, 즉 ‘올드 스쿨’에 대한 거부감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김경문 감독은 1958년생이다. 프로야구에서 김 감독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1965년생이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1981년생)과는 23살 차이가 난다. 팬들 입장에서 보면 분명 ‘노(老)감독’이다. 한때는 김성근 감독이나 김응용 감독처럼 70대 감독도 있었으나 최근 몇 년간은 60대 감독이 단 한 명도 없던 프로야구계였다. 프로축구(김학범 제주유나이티드 감독·1960년생), 프로배구(김호철 IBK기업은행·1955년생), 프로농구(전창진 KCC 감독·1963년생)와 비교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30명 감독 나이만 보더라도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별로 고루 분포돼 있다. 1950년대생 감독이 5명, 1960년대생 감독이 7명, 1970년대생이 13명, 1980년대생 감독이 5명이다. 론 워싱턴 LA 에인절스 감독(1952년생)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올리버 마몰 감독(1986년생)의 나이 차이는 34살이나 된다.
프로야구 감독의 평균 나이가 점점 낮아진 데는 선수 출신 단장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스포츠계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다. 김경문 감독이 6년의 리그 공백기 끝에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던 것은 모그룹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LG 트윈스가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염경엽 감독을 선임한 것(2022년 11월)도 현장(구단)보다는 그룹 쪽 입김이 셌다.
성적 조급증에 따른 인내심 부족도 야구 사령탑 나이를 점점 낮춰왔다. 초보 감독의 경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일정 시간이 필요한데 모그룹이나 구단, 그리고 팬들은 1~2년 내 괄목할 성적을 내기를 원한다. 최원호 전 한화 감독의 경우 지난 시즌 중반 선임돼 올해 5월 말 물러났다. 3년 계약한 새내기 사령탑이었는데도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른 적이 없다.
‘올드 보이’의 야구는 진부하고, 지루하다는 인식 탓에 60대 이상 감독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세이버메트릭스 등 데이터 야구가 보편화한 시점에서 감(feeling)에 따른 유연성 떨어지는 야구를 한다는 시선도 강하다. 하지만 이 또한 편견일 수 있다.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를 창단 62년 만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브루스 보치 감독은 1955년생이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2022년 73살의 나이(1949년생)에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월드시리즈 왕좌에 올려놨다.
같은 시대의 같은 야구가 아닌 다른 시대의 다른 야구를 하는 이들이 합을 겨룰 때 리그는 더 역동적이게 된다. 초보 감독과 베테랑 감독의 도전과 응전 속에 경기 내용은 더욱 풍성해지고, 한 단계 더 발전한다. ‘늙다’라는 것이 ‘낡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이로만 현재를 평가받는 것이 억울한 게 비단 야구 감독만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