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인에 대한 사찰 논란이 또 불거졌다. 수사대상과 통화했다는 이유로 기자가 ‘신상털기’ 대상이 되는 일은 수년째 반복 중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과 언론·통신의 자유 침해 우려에 수사기관이 적법성을 앞세워 반박하는 행태도 과거와 판박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수사 목적으로 올해 1월 통신조회가 이뤄졌다고 당사자에게 8월이 돼서야 알렸다.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해명에도 4월 총선 전후 이 같은 시차는 의도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특히 언론인을 포함한 광범위한 통신조회는 주기적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수사 관행임에도 개선되지 않는다.
2016년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자 내사 과정에서 기자와 여권 관계자, 세월호 가족 등 수십 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해 사찰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사주 의혹과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등을 수사하며 언론인과 정치인 등에 대한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알려졌다. 10여개사 40여명의 기자가 포함됐고 관련 출입처가 아닌 기자의 정보도 수집해 과잉 수사 비판을 받았다.
공수처와 국정원 등 수사기관들의 해명은 시기만 다를 뿐 내용은 비슷하다. “사건 수사 과정에서 연락한 전화번호를 확인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공수처가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본인뿐 아니라 가족, 친구도 조회 사실이 확인된 당시 윤 대통령은 이를 “통신 사찰”로 규정하며 “미친 사람들”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통신조회의 근거가 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방식의 추가 가입자 정보 획득을 “임의수사”로 판단하면서도 “사후통지절차를 두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원칙에 어긋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지난해 법 개정으로 30일 내 당사자 통지를 의무화하면서 검찰이 이번 ‘무더기 통신조회’ 사실을 당사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리게 된 것이다. 고지 의무를 유예할 수 있다는 제도 설계로 7개월이나 지난 후 뒤늦게 알게 됐다는 점은 한계다.
수사기관은 “단순한 신원 확인”을 들어 “통화내용은 조회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하지만 기자들에 대한 반복된 통신자료 조회는 명백히 언론자유를 침해한다. 조회 사실 자체가 취재원과 제보자, 공익신고자 등에게 기자와 접촉했는지 검찰이 파악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키고 언론인에 대한 감시를 일상적으로 허용한다는 측면에서 위협적이다.
한국기자협회를 포함한 언론기관·단체들이 이번 통신조회를 “초유의 사태”로 정의한 이유다. 압수수색과 무더기 기소, 특정 인사를 통한 방송장악에 무더기 통신조회까지 현 정권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일관적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에 “검찰의 늑장 통지가 (법률상 통보 유예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냐”고 비판하며 “법원 통제 없는 무분별한 통신정보 조회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란 점에서 국회에 법 개정을 촉구했다. 통신조회로 상징되는 사건의 본질은 언론 탄압과 기본권 침해다. 언론인이 더는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사찰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