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그간 이뤄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청문회가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이뤄졌다며, 21일로 예정된 3차 청문회엔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또 증언거부로 본인의 고발을 의결했던 과방위 야당 의원들을 고소하겠다며, 변론서 유출과 관련해서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태규 부위원장은 19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적절한 청문회 제목 △청문회 절차 진행의 위법·부당한 처사 △잘못된 법 적용과 직권 남용 △방통위의 재판 받을 권리 침해 △변론서 유출 △과방위 야당 의원의 고발의결 등을 열거하며 9일과 14일 열린 1, 2차 과방위 청문회를 정면 비판했다.
김태규 부위원장은 “청문회 제목부터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청문회’라고 이름 붙였지만 방송을 장악할 의사도 능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행정부는 집행기관으로서 법에 정해진 권한에 따라 기구를 구성할 의무가 있고, 현재 정부는 그것을 하려고 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청문회 절차의 진행에서도 위법 부당한 처사가 쉽게 발견됐다”며 “위증죄의 부담을 안고 증언하는 증인을 위해 사전에 반드시 ‘신문할 요지’를 증인소환요구서에 첨부하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지만 ‘신문 요지’라고만 쓰고 구체적인 ‘신문할 요지’는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심지어 본인들은 비웃고, 소리 지르고, 팔짱 끼고 하면서 증인들이 웃으면 웃는다고 나무라고, 피곤해서 얼굴을 비비면 얼굴 비비는 것까지 문제 삼으니 그 옛날에 사또 재판도 이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과방위 야당 의원들 고소…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 제기"
김태규 부위원장은 청문회 과정서 잘못된 법 적용과 직권 남용도 심했다며, 증언거부로 본인의 고발을 의결했던 과방위 야당 의원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행위의 주체가 아닌 자에게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고, 저는 이를 이행할 권한이 없다고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언거부로 의결했다”며 “이 부분은 분명 무고와 직권남용이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명예훼손과 달라 면책특권의 범위에 포섭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선 고발조치가 이뤄지면 함께 의결에 참여했던 의원들을 고소해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2건의 집행정지 사건과 관련, 방통위 소송대리인들의 답변서가 국회로 유출됐다며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상규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했던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등 3명은 1일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낸 바 있다. 5일엔 방문진 현직 이사인 권태선, 김기중, 박선아 이사 3명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해 19일 관련 심문이 이뤄졌다.
김태규 부위원장은 “변론서의 유출은 재판의 공정성을 오염시킬 가능성을 현저히 높인다”며 “청문회서 적절한 반대신문을 할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못했는데, 그렇게 비틀린 정보가 재판 전에 법관에게 노출된다면 공정한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부분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을 통해 그 위법 여부를 확인받아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도 저는 현재 방통위 5명의 통상적인 업무 모두를 의결사항 제외, 혼자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이러한 사정으로 21일로 예정된 3차 청문회는 이미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제 위법 부당한 청문회로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해당 공무원의 고통을 강요하는 일은 그만둘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과방위는 14일 진행한 2차 청문회에서 증언거부 등을 이유로 김태규 부위원장을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김 직무대행은 증인으로서 과방위원들의 중요한 질의에 대해 답변한 것이 없고, 야당 위원의 질의에 대해서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만 아무렇지 않게 반복했다”며 김 부위원장에 대한 고발의 건을 상정, 표결에 붙였다. 안건은 찬성 11표, 반대 4표로 가결됐다.
이날 청문회에선 ‘2인 체제’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심의·의결한 방통위의 지난달 31일 전체회의와 관련해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나는 답변할 권한이 없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내용은 말할 수 없다”, “인사 관련 사항이라 답변을 못 하겠다”며 지속적으로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