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등 공영방송 이사회가 ‘방송장악’ 논란 속에 여권 우위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공영언론 연합뉴스의 감독기관인 뉴스통신진흥회도 차기 이사회 구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출범할 7기 뉴스통신진흥회는 임기 시작과 함께 차기 연합뉴스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데, 경우에 따라 ‘낙하산 사장’과 ‘언론장악’ 논란이 연합뉴스까지 번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7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 인선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회 이사는 총 7인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되, 그중 3인은 국회가, 2인은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에서 추천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때 출범한 6기 이사회는 이미 지난달 15일 3년 임기를 끝낸 상태다.
7기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이미 한 달 전부터 특정 인사들의 내정설이 돌았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언론특보 경력이 있는 김영만 전 서울신문 사장이 정부 추천 몫으로 이사장에 호선될 거라는 구체적인 전망도 나왔다. “문재인 폐렴이 대구 시민 다 죽인다” 등 막말과 폭행 전력으로 2022년 연합뉴스TV 사외이사 선임 때도 반발을 샀던 김승동 전 CBS 논설위원실장이 여당 추천으로 거론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진흥회 인선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없고, 애초에 어떤 절차를 거쳐 선임되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3사 이사 후보자를 공모하고 지원자 명단을 공개, 형식적이나마 국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밟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밀실’ 인사가 진흥회를 넘어 연합뉴스 사장 선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 산하 ‘지배구조개선 및 경영 발전을 위한 특위’는 21일 성명을 내고 “사장 공모·선발 과정에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꾸리지 않거나, 허울만 남기려 한다”는 “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진 선출을 요구했다.
성기홍 현 연합뉴스 사장 임기는 9월 중순에 끝난다. 따라서 7기 진흥회는 출범하는 즉시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설립되기도 전인 2003년부터 사추위를 구성해 사장을 선임해왔다. 구성 방식이 달라진 적은 있어도 사추위를 거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8년과 2021년에는 공개 정견발표와 시민평가단 참여도 이뤄졌다. 특위는 이를 “국가기간통신사 경영진이 다름 아닌 시민의 눈높이에서 일하고, 진정 시민이 원하는 언론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며 “지금에 와서 진흥회가 사추위를 없애거나 형해화하고 민의를 반영할 절차를 생략한 채 밀실로 절차를 진행한다면 이는 퇴행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KBS 박민 사장 선임 때 시민 참여 배제, YTN도 ‘사추위 패싱’
그러면서 “그저 뜬소문이라 치부하고 싶지만, 최근 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2018년 이후 유지된 시민평가 절차가 실제 사라지는 역행을 경험했기에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KBS 이사회는 지난해 해임된 김의철 전 사장 후임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재투표 논란 등 파행을 겪으면서도 ‘낙점설’의 주인공 박민 사장 선임을 밀어붙였다. 정책발표회와 시민자문단 평가 등도 생략했다. YTN 또한 지난 3월 유진기업으로 대주주가 바뀌자마자 단체협약에도 명시된 사추위 관련 규정을 폐지하며 김백 사장 선임을 강행했다. 전례로 볼 때 연합뉴스의 사추위 제도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특위는 “연합뉴스 사장 선임 과정이 작금의 시대정신이자 언론이 지켜야 할 불변의 가치이기도 한 공정성과 투명성에 역행한다면 누구도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흥회는 출범과 동시에 사추위 구성, 공개 정견발표회 개최, 시민평가단 운영을 공식화하고 연합뉴스 사장 추천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