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 경찰이 고발인 조사를 23일 진행하며 수사에 나섰다.
앞서 7월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진보연대 등 3개 언론·시민단체는 이진숙 위원장이 대전MBC 사장 재직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 위원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7일 수서경찰서로 해당 사건을 이첩했다. 사건 접수 20여일 만에 이뤄진 첫 고발인 조사다.
23일 고발인 조사를 앞두고 이들 단체는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경찰이 이렇게 빨리 조사를 시작하는 게 무슨 뜻인지 약간의 걱정도 든다”며 “대충 때우고 무혐의 비슷하게 (결론을 내려)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지만, 제대로 엄정 수사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직무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장관급 고위공직자가 아니라 9급 공무원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문제적 인물이다. 9급 공무원이라도 법인카드를 이렇게 썼다면 형사적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할 것”이라며 “더구나 공정과 상식을 말해온 윤석열 정부는 법인카드 부정사용을 빌미로 여러 명의 공영방송 이사를 중도 해임시킨 바 있다. 같은 원칙을 적용해서 수사를 한다면 당연히 이진숙이 가야 할 곳은 집무실이 아니라 검찰 조사실과 법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수사가 엄정하게 이뤄져서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된 이진숙씨의 죄상이 낱낱하게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위원장은 대전MBC 사장 재직 때 근무지가 대전임에도 법인카드를 서울 집 근처에서 썼다는 게 발견됐고, 고급호텔이나 고가 식당, 골프장 등에서 억대로 사용했다”며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광고 영업 활동이었다고 얘길 했는데 실제로 공영방송의 광고는 한국방송광고공사 수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 위원장의 업무가 아니”라고 했다.
이날 고발인 조사엔 박석운 대표, 이희영 변호사가 참여했다. 앞서 이들이 낸 고발장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2015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대전MBC 사장 재임 기간 동안 법인카드로 총 1157회에 걸쳐 1억4279만원을 지출했다. 고발인들은 이 위원장이 접대비 명목으로 골프장에서 모두 1200여만원, 호텔에서 5900여만원, 유흥주점에서 310만원을 사용했고, 근무지인 대전이 아닌 서울시 대치동에 있는 자택을 중심으로 500m 안에서 41번, 모두 400여만 원을 결제했다고 했다.